10월 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2월 들어 완성된 수행관이 첫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개인 수행공간이 5~7개가 있는 까닭에, 애초에 가족중심으로 받아서 부처님 공부에 대한 바른 인을 심어주고 진정한 실천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지고자 계획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가족이 함께 불도에 들게되면, 서로에게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뿐더러, 가족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따라 지혜롭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틀전,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 향원슈퍼 보살님이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오셨다. 그 날이 당신 생일이라 딸이 선물한 꽃이라면서, 부처님께 올리려 왔다고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생일 선물로 1박 2일이라도 좋으니 스님한테 가서 같이 부처님 공부하지 않겠냐고 부탁했다고 했다.
<가족이 함께 참선을 배우는 모습>
생일 선물로 함께 수행하자는 보살님의 간절한 부탁 앞에...
남편이신 처사님이 먼저 쾌히 승낙을 하고, 고1이 되어서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컸던 큰 아들 동관이가 큰 마음을 내주고, 아직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둘째 보은이와 막내 범수가 모두 착하게 동참해주어서...그렇게 가족 다섯명이 처음으로 수행관에 입방하게 되었다.
우리 스님들의 원칙이 입방비는 받지 않고, 대신 머무는 기간동안 먹을 야채를 사와서 보시하는 것으로 되어있기에, 보살님과 가족들은 이것저것 야채와 칫솔, 수건을 챙겨들고 동관이 학원 마치는 시간이 되어 모두 수행관에 입방하게 되었다.
<만달라 색칠수행 시간>
서로에 대한 소개인사가 끝난 뒤, '죽음'에 대한 스님의 법문도 듣고, 절하고 참선하는 자세도 배운 뒤에...첫 날 저녁에는 스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안고 각 방으로 돌아가서 참선을 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다음날 오전에는 모두 새벽 예불을 보고 간단한 죽 공양을 함께 한 후에,
삼보에 귀의를 하는 '삼귀의계'를 수계하고 참회기도를 함께 하였다.
<참회진언을 하면서 연비를 마친 동관이, 범수, 보살님, 보은이..그리고 처사님>
반야심경에 대한 법문과 사경, 독경시간이 있은 후에는,
다 함께 발우공양으로 점심공양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먹던 그릇이더라도, 닦은 물까지 마시기에는 마음에 조금씩 부담이 생기기 마련인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당당한 실천덕분에^^...막내 범수까지 아주 정성껏 김치로 발우를 닦아보고, 발우를 헹구고 남은 깨끗한 물만을 아귀에게 보시하게 되었다.
<발우공양 모습- 전통의 불평등한 부분을 개선해서 부페식 발우공양으로 바꾸어 보았다>
점심 공양 후에는, 가족이 함께 색칠수행도 해보고, 찬불가도 배워보고 또... 평소에 못다한 이야기들을 편지에 써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
다.
< 회향식을 마치고 함께 한 기념사진...현현스님이 촬영하느라 빠졌네요>
1박 2일이라, 다소 빡빡했던 일정들에도 불구하고...
무리없이 잘 따라서 해주고, 마음을 내주었던 보살님과 가족분들...
그 분들이 회향식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저 분들이 어제 수행관에 처음으로 입방해서, 가족이 함께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 어떤 공덕때문인지 아나?
이게 다, 호떡의 인연이다. 불법이 놀랍지 않나? 10년 전 슈퍼 앞을 지나던 거지행색의 나에게, 아주 진실된 마음으로 호떡을 사와서 공양을 올렸던 보살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좋은 인연이 되어서... 오늘 이렇게 가족이 함께 수행을 할 수 있게 된거다. 참 신기하제?"
법화경에 "아이들이 장난으로 모래를 쌍아 탑을 만든 이들, 이런 사람들은 모두 성불하였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아무리 조그마한 일이라도, 정말로 거룩하고 착한 마음으로 했던 일들은, 반드시 깨달음이라는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부처님께서도 이 사바세계에 깨달음의 인연을 심어주러 오셨다. 다 함께 참회진언을 하면서, 부처님 앞에서 절을 하고, 삼귀의계를 받아지녔던 보살님 가족들...
우리는 그 빛나던 얼굴들에서 미래의 부처님을 뵐 수 있었다.
지극한 마음으로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