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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보시

쥐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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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님께서 동굴에서 수행하실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 뒷산에는 바위굴이 있는데, 스님께서는 그곳에서 3년동안 미숫가루만 드시고 수행하셨다. 동굴이 워낙에 습기가 많아서, 미숫가루가 눅질까봐 비닐에 꽁꽁 묶어 두면 어김없이 찾아내는 동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쥐! 얼마없는 미숫가루를 귀신같이 찾아내서 꼭 비닐을 쏠고 미숫가루를 먹고 갔다고 한다. 첫 한해동안 스님께서는 유일한 양식인 미숫가루를 지키기 위해 쥐와 전쟁을 벌이셨다고 한다. 다른 곳에 숨겨도 보고, 몇겹으로 싸보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 다음해부터는 스님께서는 쥐와 공존하는 법을 터득하셔서, 산에 나는 열매들을 모아다가 쥐에게 주었다고 한다. 공양시간이 되어 미숫가루봉지만 열면 그 냄새를 맡고 등장하는 쥐. 당신 손에 모아둔 열매들을 올려놓고 기다리면, 쥐들은 손에 올라와 그 열매들을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 뒤 동굴에서 내려오셔서 지금 여기의 토굴에 사시면서도, 당신은 아직까지 쥐밥을 주신다.첫 한해동안 미숫가루가 아까워서 제대로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라고 하신다. 스님이 쥐밥을  놓아두는 장소는 다름아닌 세면실. 우리 세면실은 돌로 된 담벼락에 칸을 쳐서 만들었는데, 쥐가 그 돌틈사이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가끔 그 쥐를 노리고 뱀이나 고양이가 세면장에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영리하게도 잘 버티면서 주는 밥을 잘 먹고 있다. 과자나 쌀, 콩등을 섞어서 주면 한톨 흘리지 않고 열심히 주어 나른다. 그리고 밥이 똑 떨어지면 참을 만큼 참다가 도저히 못 참을 때가 되면, 우리가 쓰는 빨래비누를 살짝 긁어 놓고 간다. 쥐는 참 영리한 동물이다. 하루에 한번은 꼭 쓰게 되는 비누에다가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표시를 해서 자신의 배고픔을 알리니 말이다.

개미, 쥐, 고양이, 지나가던 동네개, 새가 모두 한솥밥을 먹고 사니... 우리 도량은 대중이 참 많다고 해야겠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살림이지만 나누고 보니 더욱 넉넉해지는 마음. 나눌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 우리의 마음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