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보시 | Posted by 보리심의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06.07.18 08:20

손톱을 깎고 어디에 버리시나요?

우리 집에서 손톱을 깎을 때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있다.'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당에서 깎되, 손톱의 크기를 잘게 나누어 깎는다.'가 바로 그것인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개미에게 우리의 손톱을 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가 큰 손톱을 아주 의기양양하게 물고 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가 오는 날에는 손톱을 모아다가 비가 안들이치는 길에 놓아둔다. 작은 손톱이나마 내 몸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편이 그득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맨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마당에는 바위가 참 많았다. 지금은 거의 다 치워진 상태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매일 돌과 씨름하시는 스님께 그냥 포크레인 불러서 치우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한사코 마다 하시며, 손수 지렛대를 이용해서 손으로 그 큰 바위들을 굴리셨다.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채 '저 스님은 매일 돌하고 논다'고 했지만, 스님께서 그렇게 하신 이유는 바로 개미같은 작은 생명체때문이었다. 기계로 땅을 파고 뒤적이면 수많은 생명체가 죽기때문에, 당신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늘 바위에 붙은 개미을 입으로 후~ 불어가면서, 때로는 개미들이 이사할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 가면서, 때로는 개미들에게 먹이를 주어가면서 그렇게 손수 옮기셨던 것이다.

스님방에는 개미들의 천국이 있다. 여닫이 문틀이 바로 그곳이다. 개미가 방안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에게 밟힐 염려가 있기때문에 사람들이 밟지 못하는 구석에다 먹이를 일부러 주는 것이다. 그러면 개미들은 먹이를 찾으려 방의 이곳저곳을 헤맬 필요가 없고, 우리들은 개미를 밟을 염려를 안해도 되니, 참으로 양쪽이 다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장마에 그 개미들은 스님들이 잊지 않고 넣어주는 볶은 콩, 엿, 사탕에 밤새는 줄 모르고 열심히 나르고 있으니 더욱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다른 생명체와 서로 어울려 공존하고 나누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집안에 있는 파리, 모기, 개미와 함께 살지 못하고 살충제를 뿌려 죽인다면, 내 안의 자비심은 자꾸 줄어들고, 생명을 죽게한 과보로 다음 생에 병약한 몸을 받게 되니...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우리와 똑같이 죽기싫어하고, 고통받기 싫어하고, 행복하길 원한다는 의미에서 동등한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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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logIcon 나루 2006.07.18 08:32

    좋은글 보고갑니다. ^^ 성불하세요 ~ ^^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혜행자 2016.01.01 16:10

    시방세계 항상하신 삼보의 자비를 찬탄하옵니다_()_
    2016년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 가족들과 채식 떡국 먹고 편안한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육바라밀을 생활 속에서 바르게 실천하고자 원을 세우고 그 시작인 '보시'에 대해 글을 읽으며 첫걸음을 준비합니다.
    생각날때 마다 하는 보시가 아니라 생활 자체가 육바라밀이 되는 2016년을 살고 싶습니다.
    손톱을 나누고, 개미를 살도록 해주고...이렇게 사소한 실천이 더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큰 돈을 기부하고, 동물 보호 활동을 펼치며 큰 활동들을 하는것도 물론 어렵지만, 이런 활동을 하는 분들조차도 일상의 사소한 행동에서 자비를 실천하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중에 부자되면 불우이웃 많이 돕고 뭐도 하고 뭐도 하고...좋은 일 하려고 다들 착한 마음 내어 선하게 살지만, 매 순간 자비심으로 깨어 있으려면 스승님의 가르침을 꾸준히 받고 노력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하루 24시간의 일상생활은 그저 무감각하게 보내놓고, 어찌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크게 표시나는 자비를 실천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무지무명의 지난날을 참회하옵니다_()_ 앞으로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스승님 행을 따라 노력하며, 늘 깨어있는 자비심으로 살 수 있도록 열심히 스스로를 관찰하며 존재계와 더불어 살겠습니다. 한걸음 걸음 마다, 들숨 날숨 마다 존재계와 공존 할 수 있도록 잘 살펴서 행하겠습니다.
    '공존'... 참 좋습니다^^ 단어만 불러 보아도 행복해 집니다.
    어리석은 저에게 끊임없는 가르침 주시는 거룩하고 위대하신 홍서원 승가에 머리 숙여 감사 드리며, 스승님, 스님들, 도반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또 많이 나누시길 바라옵니다.
    자비하신 삼보에 지극하게 감사하옵니다. 옴아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