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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지혜

허공을 바라볼 수 있나요?

얼마 전, 우연히 30대 수행자들과 불자, 그리고 손님들이 7명 정도 모이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정봉스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셨다.

"허공을 볼 수 있는 사람?"

모두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하자,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작은 좌복을 하나 들어 보이셨다.

"이 좌복과 여러분 사이에 있는, 허공만을 볼 수 있나요?
 다른 사물이나 경계에 잡히지 않고, 허공만을 볼 수 있는 사람...!"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에게, 스님께서는  잠시 동안 대상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비록 당장에는 허공이 인식되지 않더라도 자꾸자꾸 밝게 살펴보면, 대상 경계를 떠난 무형의 어떤 것에 대한 자각력이 생기게 되고, 그럴수록 우리의 성품인 공성을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씀해주셨다.

사실, 우리의 눈은 눈앞에 보이는 대상에 늘 끄달리기 때문에,
무형의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의 육근인 안이비설신의(눈, 귀, 코, 혀, 몸, 뜻)는 항상 바깥 으로만 향하기 때문에,
모양도 색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우리의 본래 성품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생을 거듭해 오면서,  
눈은 자꾸만 바깥의 어떤 것을 보려고 하고, 귀는 자꾸만 바깥의 어떤 소리를 들으려 하며, 코는 냄새를, 혀는 맛을, 뜻은 생각을 취하는데 길들여져 왔다.
바깥으로 향하는 것을  돌려,
보는 놈을 보고, 듣는 놈을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기에 옛선지식들은 이 육근을 여섯 도둑이라고 까지 말씀하셨다.

늘 바깥으로만 향하던 마음이 안으로 향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늘 바깥으로만 치닫던 마음이 문득 안을 향하게 되면,
우리는 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보게 되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분명히 듣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아래의 영상은, 60년대 중반의 인도, 시킴, 부탄에서 수행하던 티벳 명상가들을 담은 화면이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고자 한다면,
허공을 보고자 한다면....

이 분들의 눈을 바라보라.




위의 모든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바깥이 아닌 내면을 바라보고 있다.

만일 허공같은 자기자신의 참된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위의 수행자처럼,
'순수한 바라봄'만 남긴 채, 군더더기는 모조리 제할 필요가 있다.

본래 있는, 우리의 찬란한 앎, 바라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리고 있는 탐진치 삼독심(탐욕과 화, 어리석음)이라는 군더더기를 걷어내야 하는 것이다.

이 허망한 사대(지수화풍)로 만들어진 몸뚱이가 나라는 착각,
그리고 그 착각을 공고히 하는 모든 탐착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거칠은 탐착부터 아주 미세한 탐착까지...

술과 담배라는 아주 거친 탐착에서 부터, 고기와 오신채...그리고  음욕에 대한 탐착들...그렇게 하나씩 점점 더 세밀하게 나를 살펴 나아가야 한다.

예전에 스님께서는 진빵이나 붕어빵만 보면 꼭 한 두개씩 사시곤 하셨다.
스님께서 가장 배고프고 힘든 시절...
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올 때, 공장  앞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 진빵은.. 30여년이 지나도 스님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님께서는 가끔 그렇게 진빵을 하나 사시고는,
우리들에게 늘 웃으시면서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는 지금 이것을 먹으면서도, 스스로 지켜보고 있다. 한창 기력이 왕성할 때, 돈은 없재, 배는 고프재...그때,  그 진빵냄새를 맡으면, 얼마나 그게 먹고 싶었겠노..."

그리고 어느 날,
또 다시 외출을 하게 되어 진빵 앞을 지나가게 되었을 때,
스님께서는 아주 크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야, 이제 내는 저거 졸업했다. 다시는 안속는다.
 이제는 내가 찐빵을 봐도, 미소를 지으면서 지나갈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스님께서는 다시는 진빵을 사지 않으셨다.

우리를 가리고 있는 탐착들은,
이렇게 철저하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지켜봄으로써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억지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해서 억지로 하면, 진정한 자유는 얻을 수 없다.
억지로 눌러버린 탐착은, 돌로 눌러놓은 풀과 같아서 조금 눌러진 듯 하다가도 돌만 치우면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이 곳에 찾아오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하신다.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것, 얼른 다 해보이소. 그 미련이 남아 있으면 공부해도 그냥 겉으로만 할 뿐, 진정한 공부는 어렵습니더. 지혜로운 사람은 직접 다 해보지 않아도, 스스로 살펴보아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얼른 해보고 떨쳐버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술 , 담배.. 지금 당장에 끊지 못하더라도, 내가 언제가는 꼭 끊는다고 생각하이소.
그리고 나서, 이 아까운 시간에 죽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집에 불이 나면, 가장 값진 것을 들고 뛰어 나오지요?
우리가 이 사대로 만들어진 집에 불이 나서, 정말 정신없이 뛰쳐나오게 될때,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들고 나와야 합니다.
불난 집에, 정신없이 뛰어나온 엄마가, 아들인줄 알고 안고 나온 것이 배게였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요?
하물며, 집이 타도 그렇게 정신이 없는데...우리가 죽을 때는 고마 상상도 못합니다.
바로 지옥, 아귀, 축생이라는 삼악도의 배게를 안고 뛰어나오게 됩니다."

아이인줄 알 고 배게를 안고 나오는, 웃지 못할 그런 실수를...  죽음의 순간에 하지 않으려면,
나를 가리고 있는 수많은 탐착과  화, 어리석음 이라는 배게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에서 지계가 가장 뛰어나셨던 우바리 존자께서 젊은 출가자들에게 들려주셨던 다음의 게송은...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지만, 죽음의 순간... 가장 소중한 것을 들고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한다.


신심으로써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

<지계제일 우바리 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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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진리를 향하여 나아가고자 하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