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정진
2006. 9. 11.
지네는 이불을 좋아해
그저께 밤 2시쯤 뭔가 따끔한 느낌이 들어서 잠을 깼다. 눈을 떠보니 작은 귀뚜라미 한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귀뚜라미가 물었나?' 하고 피식 웃었는데, 잠시 생각을 해보니 경험상 지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리저리 이불을 들쳐봤더니, 한뼘이 넘는 빨강 다리를 넘실대는 지네가 기어나왔다. 놀란 지네는 불단뒤로 기어가는데... 순간 고민이 되었다. '내가 꼭 저 지네를 잡아서 방밖으로 내보내야 하나?' 한평도 안되는 방에서 도량석 목탁이 울릴 때까지 앉아있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임의로 내 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지네에게 내 방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는 것아닌가? 내가 내 업보따라, 인연따라 물리는 것인데, 그냥 받아들이자.' 결국 지네는 지네대로 나는 나대로 살기로 하였다. 내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