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이야기/인욕
2006. 7. 15.
풀먹는 고양이
우리 공양시간이 되면, 공양간 바깥에는 이미 손님이 와있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채식을 마다않고 기다리는 손님들... 언제나 내부의 서열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침착하고 끈질기게 현현스님이 밥주기를 기다린다. 된장과 남은 반찬에 기름을 약간 쳐서 싹싹 비벼주면, 한번씩 멋들어지게 꼬리를 깔딱거리면서 '야~옹'이라고 고마움의 표시를 한다. 간혹 새끼를 낳은 들고양이는 자식들을 데리고 와서 '지리산 채식식당에서 밥먹는 법'을 전수해주곤 한다. 호박, 김, 당근, 감자, 미역,버섯... 오랜 시간 기다렸어도 줄 것은 채식밖에 없어 가끔은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