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집에 차려진 불단.
앞에 보이는 사진은, 스티브가 뒤에 있는 관세음보살님을 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10월의 마지막날, 새벽 두시에 전화가 왔다. 영국인 친구, 스티브가 쓰러져서 몸을 벗었다는 소식이었다. 스티브를 알게된 것이 4년전이었다. 매번 우리를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수행과 불교에 대해 마음을 열었던 스티브. 정년퇴직을 하면, 지리산에서 함께 수행하겠노라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젊은 나이에 그렇게 가버린 것이다.
스티브가 하던 일은 배만드는 일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라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이번에 그가 마지막으로 일하던 곳도 중국의 심천이었다. 우리는 스티브와 함께 했던 은영이를 위로하고 또 마지막으로 스티브를 잘 보내기 위해 심천으로 가기로 했다.
중국 비자발급에는 다소 시간이 걸려, 무비자로 홍콩으로 건너가 배를 타고 심천에 도착해서, 5일 단수 비자를 받기로 했다. 스티브가 있던 심천의 셔코우는 홍콩 공항내에서 바로 배로 연결되는 편리함이 있었다.
4시간이 조금 넘는 여행끝에 우리는 스티브의 집에 도착했다. 우리가 준비해 간 탱화와 스티브의 사진으로 한쪽 벽면을 장엄하고 불단을 차렸다. 그리고 나서, 요령을 흔들고 목탁을 치면서 정성껏 천도의식을 치뤘다.
스티브가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 그리고 스티브의 형과 조카가 집으로 찾아왔다. 다들 인생의 덧없음과 물질적 풍요의 허망함 앞에서 할말을 잃어했다.
월요일 저녁에는 회사동료들이 우리와 스티브 가족을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스티브의 친구 롭은 우리가 오신채를 안먹는 다는 것을 알고, 고맙게도 심천에서 소식(오신채를 뺀 채식)식당을 찾아냈다. 식당에 도착하니, 불단이 차려져 있고, '불광보조'라고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염주를 들고 기도하던 노보살님이 정성스럽게 합장하면서 맞아주었다.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단체석을 예약한 방에 들어서니, 파드마 삼바바와 관세음보살, 분노존의 탱화가 장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 날, 저녁식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채식식당에는 처음 왔다고 했다. 그러나 몇가지 음식을 맛보면서 채식이 이렇게 맛있고 훌륭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찬탄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또 불교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곳에 함께한 사람들은 스님께서 해주시는 법문들이 너무나 깊이 있고 보편적인 가르침이라고 다들 찬탄했다. 특히, 영원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과 모든 존재를 향한 자비심을 길러야한다는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화요일은 홍콩에 보관되어 있는 스티브를 마지막으로 보고, 영국으로 보내는 날이었다. 관에 누워있는 스티브를 보니, 안타까움과 허망함에 모두들 힘들어 했다. 약품의 힘으로 좀 더 지속하려 해도, 몸은 이미 지수화풍 사대로 흩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비록 허망한 몸일지라도, 수행을 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계율을 지켰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몸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관 앞에서 짧게 봉송의식을 했다. 스님께서는 비록 불법의 인은 심어졌으나, 좀 더 수행을 함께 하지 못한 인연을 안타까워 하시면서 많이 울으셨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와서 홍콩에 하루 묵었다. 마지막날에는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줄까해서 호텔 근처의 불교용품점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가게는 아직 열지 않았고, 우리는 우연히 그 옆 건물의 불교협회회관으로 올라갔다. 8층에는 염불당이 있었는데, 신심있는 불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갈색 장삼을 건네받고, 모두 염불당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그곳에서는 아미타경을 독송하고 있었다. 경전 독송을 하고, 찬탄게와 아미타불 정근을 함께 하니, 스티브에게 많은 위로가 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비록 기쁜 일로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스티브를 통해서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또 불법의 심오함을 전달할 기회가 되었다. 스티브는 정말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고, 관대하고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람이었다. 경전에 나오듯이 그렇게 착했기에 불법을 만나는 인연이 되지 않았나 싶다. 비록 함께 수행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쉬움은 너무나 컸지만, 불법의 인이 심어졌기에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죽음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내일이 있다는 생각에 늘 여유로왔던 우리는, 스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듯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죽음 앞에서 어떠한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많이 하고픈 이야기들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쓰고자 한다.
무량수, 무량광 나무아미타불.
(심천의 소식식당, 뒤에 티벳탱화가 보인다. 주방장님이 직접 찍어주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뒤에 서서 찍었는데, 식당직원들이 스님들이 앞에 앉으셔야 한다고 막 사람들을 야단?쳤다.
--;그래서 두번째로 다시 찍은 사진이다. 뒷줄 왼쪽부터 은영이, 롭, 샤디, 알렉스, 톰, 조나단, 앞줄 왼쪽은 샤디 부인인 헨드, 오른쪽은 알렉스 부인인 혜미씨)
스티브 집에 함께 모였다. 앞에는 소식식당을 찾아주었던 롭, 뒤에 현현스님 옆에는 혜미씨와 친절한 회사운전기사인 모.
<함께 하고 싶은 여행정보>
*소식
중국이나 홍콩에 있는 채식식당은 대부분이 오신채를 쓰지않는 소식식당이다. 채식이라는 말 보다는 소식이라는 말이 더욱 보편적이다. 홍콩 공항내에도 소식이 가능한 식당이 있다.
*홍콩에서 심천가는 방법
홍콩공항에서 심천의 셔코우로 들어가려면, 공항밖을 나가지 말고 "ferry transfer desk"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홍콩공항이 넓어서 셔틀전차로 이동한다. 배값은 200 홍콩달러, 비자값은 150 홍콩달러이다. 싸게 가는 방법은 기차로 로후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인천게스트하우스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분들은 인천공항에서 5분거리에 있는 "인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출국하거나 저녁 늦게 도착한 경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주인도 너무나 친절하고 객실도 깔끔하다. 특히 방마다 주방이 있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침으로 죽을 끓여 먹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미리 돈을 지불한다. 5일간 주차공짜, 공항까지 바래다 주고, 또 마중도 나온다.
인천게스트하우스(클릭!)
*채식 기내식
기내식은 미리 주문하면 채식이 가능하다. 채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Lacto-ovo vegetarian meal: 유제품과 계란 포함한 채식
#Raw vegetarian meal:생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채식
#Strict 또는 Non Dairy vegetarian meal: 유제품과 계란까지 뺀 채식
#Indian vegetarian meal(strict):자인교 사람들을 위해,
양파, 마늘, 생강과 뿌리채소를 제외한 인도 스타일의 음식
음식 스타일도 서양식/western, 동양식/asian, 인도식/indian 중의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
앞에 보이는 사진은, 스티브가 뒤에 있는 관세음보살님을 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10월의 마지막날, 새벽 두시에 전화가 왔다. 영국인 친구, 스티브가 쓰러져서 몸을 벗었다는 소식이었다. 스티브를 알게된 것이 4년전이었다. 매번 우리를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수행과 불교에 대해 마음을 열었던 스티브. 정년퇴직을 하면, 지리산에서 함께 수행하겠노라고 약속까지 했었는데... 젊은 나이에 그렇게 가버린 것이다.
스티브가 하던 일은 배만드는 일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라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이번에 그가 마지막으로 일하던 곳도 중국의 심천이었다. 우리는 스티브와 함께 했던 은영이를 위로하고 또 마지막으로 스티브를 잘 보내기 위해 심천으로 가기로 했다.
중국 비자발급에는 다소 시간이 걸려, 무비자로 홍콩으로 건너가 배를 타고 심천에 도착해서, 5일 단수 비자를 받기로 했다. 스티브가 있던 심천의 셔코우는 홍콩 공항내에서 바로 배로 연결되는 편리함이 있었다.
4시간이 조금 넘는 여행끝에 우리는 스티브의 집에 도착했다. 우리가 준비해 간 탱화와 스티브의 사진으로 한쪽 벽면을 장엄하고 불단을 차렸다. 그리고 나서, 요령을 흔들고 목탁을 치면서 정성껏 천도의식을 치뤘다.
스티브가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들, 그리고 스티브의 형과 조카가 집으로 찾아왔다. 다들 인생의 덧없음과 물질적 풍요의 허망함 앞에서 할말을 잃어했다.
월요일 저녁에는 회사동료들이 우리와 스티브 가족을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스티브의 친구 롭은 우리가 오신채를 안먹는 다는 것을 알고, 고맙게도 심천에서 소식(오신채를 뺀 채식)식당을 찾아냈다. 식당에 도착하니, 불단이 차려져 있고, '불광보조'라고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염주를 들고 기도하던 노보살님이 정성스럽게 합장하면서 맞아주었다. 가장 감동스러웠던 것은 단체석을 예약한 방에 들어서니, 파드마 삼바바와 관세음보살, 분노존의 탱화가 장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 날, 저녁식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채식식당에는 처음 왔다고 했다. 그러나 몇가지 음식을 맛보면서 채식이 이렇게 맛있고 훌륭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찬탄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또 불교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곳에 함께한 사람들은 스님께서 해주시는 법문들이 너무나 깊이 있고 보편적인 가르침이라고 다들 찬탄했다. 특히, 영원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과 모든 존재를 향한 자비심을 길러야한다는 가르침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화요일은 홍콩에 보관되어 있는 스티브를 마지막으로 보고, 영국으로 보내는 날이었다. 관에 누워있는 스티브를 보니, 안타까움과 허망함에 모두들 힘들어 했다. 약품의 힘으로 좀 더 지속하려 해도, 몸은 이미 지수화풍 사대로 흩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비록 허망한 몸일지라도, 수행을 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계율을 지켰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의 몸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관 앞에서 짧게 봉송의식을 했다. 스님께서는 비록 불법의 인은 심어졌으나, 좀 더 수행을 함께 하지 못한 인연을 안타까워 하시면서 많이 울으셨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와서 홍콩에 하루 묵었다. 마지막날에는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줄까해서 호텔 근처의 불교용품점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가게는 아직 열지 않았고, 우리는 우연히 그 옆 건물의 불교협회회관으로 올라갔다. 8층에는 염불당이 있었는데, 신심있는 불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갈색 장삼을 건네받고, 모두 염불당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그곳에서는 아미타경을 독송하고 있었다. 경전 독송을 하고, 찬탄게와 아미타불 정근을 함께 하니, 스티브에게 많은 위로가 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비록 기쁜 일로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스티브를 통해서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또 불법의 심오함을 전달할 기회가 되었다. 스티브는 정말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고, 관대하고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사람이었다. 경전에 나오듯이 그렇게 착했기에 불법을 만나는 인연이 되지 않았나 싶다. 비록 함께 수행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쉬움은 너무나 컸지만, 불법의 인이 심어졌기에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죽음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내일이 있다는 생각에 늘 여유로왔던 우리는, 스님께서 항상 말씀하시듯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죽음 앞에서 어떠한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많이 하고픈 이야기들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쓰고자 한다.
무량수, 무량광 나무아미타불.
(심천의 소식식당, 뒤에 티벳탱화가 보인다. 주방장님이 직접 찍어주었다. 처음에는 우리가 뒤에 서서 찍었는데, 식당직원들이 스님들이 앞에 앉으셔야 한다고 막 사람들을 야단?쳤다.
--;그래서 두번째로 다시 찍은 사진이다. 뒷줄 왼쪽부터 은영이, 롭, 샤디, 알렉스, 톰, 조나단, 앞줄 왼쪽은 샤디 부인인 헨드, 오른쪽은 알렉스 부인인 혜미씨)
스티브 집에 함께 모였다. 앞에는 소식식당을 찾아주었던 롭, 뒤에 현현스님 옆에는 혜미씨와 친절한 회사운전기사인 모.
<함께 하고 싶은 여행정보>
*소식
중국이나 홍콩에 있는 채식식당은 대부분이 오신채를 쓰지않는 소식식당이다. 채식이라는 말 보다는 소식이라는 말이 더욱 보편적이다. 홍콩 공항내에도 소식이 가능한 식당이 있다.
*홍콩에서 심천가는 방법
홍콩공항에서 심천의 셔코우로 들어가려면, 공항밖을 나가지 말고 "ferry transfer desk"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홍콩공항이 넓어서 셔틀전차로 이동한다. 배값은 200 홍콩달러, 비자값은 150 홍콩달러이다. 싸게 가는 방법은 기차로 로후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인천게스트하우스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분들은 인천공항에서 5분거리에 있는 "인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출국하거나 저녁 늦게 도착한 경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주인도 너무나 친절하고 객실도 깔끔하다. 특히 방마다 주방이 있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침으로 죽을 끓여 먹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미리 돈을 지불한다. 5일간 주차공짜, 공항까지 바래다 주고, 또 마중도 나온다.
인천게스트하우스(클릭!)
*채식 기내식
기내식은 미리 주문하면 채식이 가능하다. 채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Lacto-ovo vegetarian meal: 유제품과 계란 포함한 채식
#Raw vegetarian meal:생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채식
#Strict 또는 Non Dairy vegetarian meal: 유제품과 계란까지 뺀 채식
#Indian vegetarian meal(strict):자인교 사람들을 위해,
양파, 마늘, 생강과 뿌리채소를 제외한 인도 스타일의 음식
음식 스타일도 서양식/western, 동양식/asian, 인도식/indian 중의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