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에서

사띠, 스스로 알아차림, 자각

 

                                (도량내의 단기 출가자의 모습)

이번 금토일요일에는 김해에 있는 반냐라마에 다녀왔다.

이곳은 1년에 두번, 한달씩 '국제 사띠(사띠는 자각-스스로 알아차림-이라는 말이다) 캠프'를 연다. 몇달 전에 어떤 스님의 귀뜸으로 국제 사띠 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는데, 우리 세 스님 모두 참가하게 되었다. 한달 동안 인도의 부다가야와 사르나뜨에서 팔리 경전강독 , 좌선 수행을 한다. 주말은 수업이 없고 근처의 성지를 순례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행기 값과 체제비 일부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작년 여름 동국대 재학생으로 있을 때, 학교 해외 탐방 장학생으로 선발되어서 학교지원으로 보름동안 인도에 다녀왔었다. 그때 우리가 탐방주제로 정한 '티벳사원의 교육제도'(클릭!) 조사하느라, 안타깝게도 부처님 성지는 한 군데도 가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가 아는 재가불자와 스님들에게 보시금을 걷어 우리가 방문하는 모든 티벳사원에 기부한 공덕인지... 이번에는 부처님 성지를 순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러한 인연으로 우리는 모처럼 방학나온 능엄스님, 본엄스님과 함께  주말 워크샆에참석했다.


주말 워크샆은 새벽 3시부터 밤 11시 까지 좌선과 행선, 강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남방 수행법을 현대인에게 전하며, 또한 단기출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곳에 전화했을 때, 보통 한국사찰의 종무소에서 간혹 느낄 수 있는 불친절과 무책임함과는 다른 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았던 청안보살님이 너무나 친절하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친절함에 덧붙여 수행의 힘이 들어 있었다. 도량에서 소임 사는 분들 대부분이 '지도자 자격'을 갖춘 수행자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초기 부처님 가르침의 전통을 따라, 가사를 입고 생활을 하며 오후불식을 한다. 비록 채식식단이 아니어서 놀란 점도 많았지만, 우리들은 콩조림 하나에 밥만 먹어도 행복한 주말이었다. 더욱이 후원을 담당하는 스님께서 우리가 먹을 것이 없는 날에는 김도 챙겨주시고, 마지막날에는 일부러 채식 식단으로 각종 나물에 들깨넣고 끓인 미역국까지 준비해주시는 것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느껴졌다.


워크샾 프로그램 중에 특히 와 닿았던 부분은 바로 '행선'이었다. 아주 천천히, 한 발 한발을 자각하면서 한번에 1시간 정도 행선을 하였다. 우리나라 선방에서 보여주는 좌선위주의 수행, 또 몸풀기 시간으로 취급되는 10분간의 행선의 모습은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전에 정봉스님께서 1주일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지리산 정상까지 행선을 하신 일이 있으셨다. 그때, 스님의 의식은 너무나 찬란히 깨어있어서 한발한발 당신의 걸음뿐만이 아니라, 몸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철저히 자각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지리산을 오르셨다고 한다.


우리 불가에서는 '조고각하 照顧脚下 즉 발밑을 깨어서 살피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그 의미가 한정되어서 신발을 단정히 벗어놓는데에 머무르지만, 사실 이 말은 우리가 해야 할 수행의 핵심을 나타낸 말이다.


언젠가 정봉스님께서 함께 어두운 새벽길을 걸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만일 걸으면서 수행자로서 바른 지견과 자각을 놓쳤다고 생각하면,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서 한 걸음도 떼지마라. 스님의 생각생각 걸음걸음이 자비심과 반야의 공성과 보리심으로 가득하다면, 걸음걸음에서 연꽃이 피어날 것이다."


2박 3일의 수행을 마치면서...

앞으로 이 도량의 대중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크나큰 자비심과 철저한 계율에 의지하여 바르게 수행을 하였으면 한다. 초기불교가 근본불교가 될 수 있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도량의 가르침이 단순한 초기불교의 수행을 답습하는 곳이 아닌, 불법의 핵심인 반야의 지혜와 자비의 방편을 써서 원력보살의 도량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