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도이수텝"사원의 이름은 "왓 프라탓 도이수텝" "신선이 노니는 수텝산 위의 사원"이란 뜻이다.
전설에 의하면, 수코타이 왕국에 수마나테라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 꿈에서 "빵차"로 가서 사리를 찾아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스님이 꿈 속에서 말한 곳에 가서 뼈를 하나 찾았는데,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어깨뼈라고 했다고 한다.
그 사리는 많은 이적을 보여주었는데,
방광을 하기도 하고, 스스로 사라지거나 장소를 이동하거나 증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 란나 왕조의 누 나온 왕은 이 사리에 대한 소문을 듣고,
수마나 스님에게 사리를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명을 내렸다.
결국 1368년 담마라자 왕의 허락 아래, 수마나테라 스님은 태국 북부로 사리를 모시고 가게 되었다.
지금의 람펀 지역에서 사리는 두 개로 나눠지게 되었는데, 둘 중에 더 작은 하나는 수안독 사원에 안치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왕이 직접 하얀 코끼리 등에 모신 뒤에, 코끼리를 풀어주었는데,
코끼리는 정글로 들어가 수텝 산으로 올라가더니,
결국 당시 도이 아오이 창 이라는 곳에 멈춰서서,세 차례 크게 울고, 목숨을 마쳤다고 한다.
이를 계시로 여긴 왕은 그곳에 사원을 당장 건립하도록 하였으니, 여기가 바로 도이수텝사원이다,
아무리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복잡해도....도이수텝은 늘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주는 사원이다.
10월의 청명한 날씨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도이수텝의 황금탑을 더욱 눈부시게 했다.
도이수텝 사원은 309 계단을 걸어 올라가게 되어있는데,
어디를 가시든지 늘 100미터 앞장서서 걸어가시는 법인 거사님과
앞서가는 처사님을 원망(?)하시며 뒤에서 따라오시던 수정현 보살님이...
칠순기념으로 사이좋게 손잡고 300 계단을 올라가셔서, 일행을 미소짓게 했다.
사원 안에서는 태국 스님께서 사람들에게 물을 뿌려주시면서 축원을 해주시고 계셨다.
손목에 기도로 가피한 실도 묶어주셨는데...
스님께서는 꼭 이런 기회가 올 때마다, 어린아이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 손목에도 묶어달라고 하신다.
우리가 예전에 수학여행가면 사진찍어주는 기사님들이 있듯이,
도이수텝에도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몇 분 계셨다.
스님께선, "요즘에는 사람들이 다 카메라가 있는데...
우리가 안 찍어주면, 저 사람 오늘 손님이 하나도 없겠다..."고 하시면서,
사진 기사분 중에 가장 수완없고 어리숙하고 착하게 보이는 처사님 곁에 가셔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찍사 청년과 태국말을 전혀 못하는 우리들...
"가격"까지는 손가락으로 의사소통이 다 되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단체 사진을 찍은 뒤에, 찍사 청년은 자신을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직 사원을 다 둘러보지 못한 일행은 그 사람을 무작정 따라갈수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달리 약속을 잡을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몇 분간의 논의 끝에, 나(천진) 혼자만 찍사 청년을 따라가기로 했는데,
무작정 자신을 따라오라는 청년을 따라가보니...
결국 승강기를 타고 도이수텝 산을 다 내려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일행도 사원내에 있는 어떤 장소에서 현상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 날은 태국의 휴일이라서, 도이수텝 사원은 몰려든 인파로 정말 복잡한 상황이었는데,
올라가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로 내려와서 일행과 뚝 떨어져 버리니... 정말 난감했다.
찍사 청년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딘가를 가르키면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다급해진 나는 그의 옷소매 붙들고, "어디를 가냐"고 애절한 표정을 지으니,
말 안통하는 자신도 난감한 듯, 경비실 한모퉁이에 나를 세워놓고, 스쿠터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버렸다.
청년을 기다리는 동안, 산 위에서 기다리고 계실 스님과 일행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했다.
문득, 우리가 묵던 숙소에서 비상용으로 쓰라고 주셨던 태국 핸드폰이 생각났다.
가방을 뒤져보니 고맙게도 전날 무심코 챙겨둔 핸드폰이 있었다!
82를 붙여 국제전화로 스님께 전화를 드려봤다.
태국에 온 이후로 걸려온 전화는 대부분 받지 않으셨던 스님... 걱정이 되었다...
몇 번을 울리고 나서야...결국 스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나서, 모두 승강장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스님께선 전혀 알지 못하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셨는데,
울리는 전화벨이 얼마나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들리는지, 꼭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
그리고 10여분 뒤, 찍사 청년이 스쿠터를 타고 손에는 현상한 커다란 사진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당당히 사진을 건네주면서,
이제야 말 안통하는 외국인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 해마쳤다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게...
태국 찍사 청년을 향한 스님의 애틋한 연민심은, 결국 이번 성지순례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향되었다.
<가족 사진이 한장도 없었던 가족. 가장 의미있는 가족 사진을 찍게 되었다>
도이수텝 사원을 둘러본 일행은, 치앙마이 YMCA 근처에 있는 채식식당으로 향했다.
이 채식식당은 "Imm Aim"(임앰)으로 펀펀 계열의 식당이다.
<임앰 채식식당 입구>
유기농, 로컬 푸드 식당으로 화학조미료와 유전자 조작 음식을 쓰지 않으며,
현미와 통밀을 사용하는 식당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채식주의자가 오는 곳이기에,
각자 취향에 따라, 체질에 따라, 빼달라는 대로 잘 빼주는 곳이라서,
오신채 없는 채식또한 주문이 아주 쉬운 곳이다.
<식당은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을 지향하는 이 채식식당은,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종이 냅킨 대신 헝겊으로 된 냅킨을 주고, 모든 과일쥬스에도 플라스틱 빨대 대신 기다란 스텐 숫가락을 준다.
또 자건거를 이용해서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DC를 해준다고 한다.
<바나나+패션프룻 스무디를 추천합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레드 택시안에서 합승한 보살님. 현현스님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웃는 모습을 보니 덧니까지도 닮았다. 두 사람이 닮았다고 하니, 더욱 밝게 웃는다.
앳된 얼굴이라서 학생인가 했더니, 치앙마이 수자원공사에 일하는 공무원이란다.
이름 뜻이 "Sweet water" "감로수"라고 하니, 수자원 공사에 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이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