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손톱을 깎을 때는 보이지 않는 원칙이 있다.'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당에서 깎되, 손톱의 크기를 잘게 나누어 깎는다.'가 바로 그것인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개미에게 우리의 손톱을 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가 큰 손톱을 아주 의기양양하게 물고 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온다. 비가 오는 날에는 손톱을 모아다가 비가 안들이치는 길에 놓아둔다. 작은 손톱이나마 내 몸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편이 그득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맨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마당에는 바위가 참 많았다. 지금은 거의 다 치워진 상태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매일 돌과 씨름하시는 스님께 그냥 포크레인 불러서 치우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스님께서는 한사코 마다 하시며, 손수 지렛대를 이용해서 손으로 그 큰 바위들을 굴리셨다.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채 '저 스님은 매일 돌하고 논다'고 했지만, 스님께서 그렇게 하신 이유는 바로 개미같은 작은 생명체때문이었다. 기계로 땅을 파고 뒤적이면 수많은 생명체가 죽기때문에, 당신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늘 바위에 붙은 개미을 입으로 후~ 불어가면서, 때로는 개미들이 이사할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 가면서, 때로는 개미들에게 먹이를 주어가면서 그렇게 손수 옮기셨던 것이다.
스님방에는 개미들의 천국이 있다. 여닫이 문틀이 바로 그곳이다. 개미가 방안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에게 밟힐 염려가 있기때문에 사람들이 밟지 못하는 구석에다 먹이를 일부러 주는 것이다. 그러면 개미들은 먹이를 찾으려 방의 이곳저곳을 헤맬 필요가 없고, 우리들은 개미를 밟을 염려를 안해도 되니, 참으로 양쪽이 다 행복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장마에 그 개미들은 스님들이 잊지 않고 넣어주는 볶은 콩, 엿, 사탕에 밤새는 줄 모르고 열심히 나르고 있으니 더욱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다른 생명체와 서로 어울려 공존하고 나누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집안에 있는 파리, 모기, 개미와 함께 살지 못하고 살충제를 뿌려 죽인다면, 내 안의 자비심은 자꾸 줄어들고, 생명을 죽게한 과보로 다음 생에 병약한 몸을 받게 되니... 아무리 작은 생명체라도 우리와 똑같이 죽기싫어하고, 고통받기 싫어하고, 행복하길 원한다는 의미에서 동등한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