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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야기(India)/인도성지순례2007

나눌수록 하나가 되는 "보시"~ 인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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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손에는 깡통, 한손에는 동생을 안고 구걸하는 모습>


이 세상에는 절대 못말리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벌떼, 거지떼, 중떼'이다. 벌은 몰라도, 거지들과 스님들이 '이판사판'이 가능한 이유는...아마도 더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여기, 인도라는 곳은, 이 못말리는 거지들과 못말리는 스님들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나를 주면, 둘을 달라고 하고, 둘을 주면 넷을 달라고 하는 거지들... 내심 수행자의 허울 좋은 인내심을 확실하게 실험대에 올려주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여기에다 또 보시의 공덕을 쌓겠다고 끊임없이 베푸는 스님들과 불자들... 우르르 달려드는 거지들을 용케도 일렬로 세우고 따뜻한 한끼, 따뜻한 차 한잔을 베푼다.

우리는 두 달 동안 인도에 있으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못말리는 사람이 다름아닌 은사스님인 정봉스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의 보시는 정말로 모든 층차를 다 포함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재물 보시로 시작해서 무주상 보시까지... 스님께서는 가는 곳 마다, 함께 하는 존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데는 그야말로 도가 트신 분이셨다.

하루, 이틀...날이 지나갈 수록,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에는 늘 스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

1. 보드가야에서

아침에 보드가야 대탑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면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녀가 있다. 그 이름하여,  "쌍끼따".  대탑에서 부터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따라 와서 동전을 받아갔다. 스님은 대탑에서 숙소까지 쌍끼따에게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따라하게 하셨는데, 며칠이 지난 하루는 스님께서 쌍끼따에게 당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시면서, '이제 내 이름 못외우면 돈없다~'라고 하셨다.

다음날, 쌍끼따는 전과 같이 아침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우리에게 달려와서 씩 웃으면서 '나마스테, 아미타불, 일루피만 주세요.'라고 하였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유어 네임 쌍끼따, 마이 네임?'라고 물으셨다. 순간 심각해진 쌍끼따, 그새 이름을 까먹은 모양이다. 스님께서 돈을 못준다고 하시니까, 자신도 할말이 없는지 시무룩해져서 돌아선다. 그 다음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막 달려와서 인사를 해도, 여전히 스님께서 '마이 네임?'라고 물으시면 시무룩해져서 돌아서야만 했다. 며칠 동안, 쌍끼따는 멀리서 우리를 바라만 보고, 그냥 돌아서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가 아침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쌍끼따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띄고 우리에게 뛰어오면서 하는 말,

"쩡~봉~! 아미타불! 일루피!!!"

보드가야 온 동네를 수소문 해서, 스님 이름을 알아온 것이다! 자신도 스스로가 기특한지 '쩡~봉~'을 몇 번이나 신나게 부르더니 깔깔거리고 웃어버린다.

쌍끼따를 비롯해서, 스님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마을 아이들은 때로는 동전, 때로는 초코렛과 사탕 또 마지막에는 노트와 연필, 지우개까지...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고 늘 행복해 하곤 했다.

우리가 보드가야를 떠나던 날에는, 새벽 일찍 대탑에 가서 탑돌이를 한 후에, 제일 먼저 빵을 팔러 나온 인도남자에게 빵을 사서, 길가에 쪼그리고 누워있는 거지들에게 따뜻한 빵을 돌렸다. 내 손에서 빵이 하나하나 건네질 때 마다, 내 마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넉넉해지는 느낌...주면서도 '받아주어서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커져갈 뿐이었다.

같이 갔던 스님들과 돈을 모아서, 빵과 따뜻한 차를 천개씩 주문해서 대탑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돌릴 때에도...절 하다가도 빵 하나, 차 한잔을 고맙게 받아주는 사람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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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가 닭보듯이, 우리도 세상사에 잠시 무심할 필요가 있다.>

2. 다람살라에서

다람살라에 도착한 것은 새해를 앞 둔 얼마 전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아랫 다람살라에 있는 '돌마링' 비구니사원의 게스트하우스였다. 이 사원에도 여느 티벳사원처럼 사원소속의 젖소가 있었다. 그 젖소 중 한마리가 송아지를 낳았는데, 소임자 스님이 송아지를 우리 게스트하우스 앞의 풀밭에 묶어두곤 하였다. 그 녀석은 오색으로 장식된 커다란 방울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과일껍데기나 꽁깍지등을 모아서 가져다 주시면 껑충껑충 뛰어오곤 했다.

때가 때인지라, 사원의 스님들은 새해를 맞아, 음식준비와 공양물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정봉스님께서도 새해를 맞아, 뜻깊은 공양을 올리고 싶다고 하시면서, 뜻밖의 제안을 하셨다. 당신이 하고 싶으셨던 공양은 바로 '소여물'공양! 우리는 새해 하루 전 날, 야채가게에 가서 무우, 양배추, 컬리플라워 등을 한짐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새해 아침... 눈을 뜨고, 참선을 한 뒤, 우리는 부지런히 사온 채소들을 소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가사를 수하고 향을 사르고, 소가 있는 축사로 가서 소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스님께서는 보공양진언을 마치신 뒤, 우리에게 법문을 해주셨다.

" 이 일곱마리의 소들이, 이 사원에 있는 200여명의 스님들에게 우유를 제공하니...우리는 스님들에게 공양한 것과 다름없다. 화엄경 도리에 가면, 모든 존재가 선지식이고 부처라고 했는데, 저기 법당의 말없으신 부처님도 부처님이시지만... 여기 소들도 부처님인 줄 알아야 한다.
생각해 봐라. 소 같은 무심도인이 없다. 만일 수행자가, 이 소들처럼...주는 대로 소박하게 먹으면서, 진심 한번 내지 않고, 또 부지런히 수행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이렇듯, 스님의 보시는 늘 소외받고, 궁하고, 하나라도 아쉬운 존재들과 함께 했다.

보드가야에서, 릭샤(인력거)를 타셔도, 늘상 오르막이 되면 잠시 내려서 걸어가시는 스님...대탑앞의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가는 릭샤를 뒤에서 말없이 밀어주시는 스님...당신 옷을 최소한만 남기고 깨끗하게 빨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 주시던 스님, 한적한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면 과자 하나라도 꼭 팔아주셨던 스님...게스트하우스 앞 공사장 인부들이 힘들 때가 되면, 늘 간식을 건네주시던 스님...


나 또한 이제는....

스님의 못말리는 그 무엇을... 닮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