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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야기(India)/인도성지순례2007

보드가야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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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가야의 대탑앞에서, 환희심의 눈물을 삭혀가며 찍은 사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이곳.

보드가야에 도착해서 우뚝 솟은 대탑을 바라보니, 가슴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고, 눈에서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대탑주변을 탑돌이 하는 수많은 사람들, 오체투지로 대탑을 참배하는 신심있는 불자들, 또 보리수 아래서 기도하고  명상하는 간절한 수행자들...

부처님의 위대한 깨달음의 씨앗이 이렇게 수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니... 부처님의 은혜가 한없이 느껴졌다.

우리 또한 커다란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대탑을 탑돌이하니, 가슴에서는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스스로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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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탑앞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티벳스님들의 모습>


한달 동안,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아침 저녁으로 참선을 했었는데, 스님께서는 매일 대탑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시면서, 유독 신심이 장하고 간절한 수행자들에게는 꼭 보시를 하시곤 하셨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한쪽 다리가 없어 목발을 짚어가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탑돌이를 했던 티벳 청년과 네팔에서 온 '체이상'이라는 동자승이었다.

목발짚은 청년의 간절함과 당당함을 유심히 보시고는, 스님께서 하루는 그 사람에게 보시를 했었는데, 매번 탑돌이를 하면 한번도 빠짐없이 스님에게 다가와 눈을 마주치고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

보드가야의 대탑은 어른들에게는 순례의 장소이지만, 인도의 동자승과 티벳의 동자승들에게는 일종의 놀이터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대탑주변을 뛰어다니면서, 능숙하게 경전을 읽기도 하면서, 길에 앉아 탁발도 해가면서, 가끔은 장난을 쳐서 사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막대기를 들고 쫓아오면 신나는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체이상은 닝마파 기도를 맞춰 사원 전체가 보드가야에 왔다고 한다. 아버지도 스님, 할아버지도 스님이다. 가끔은 우리의 저녁 참선시간을 맞춰서 보리수밑에 와 기다리기도 했다. 그 때마다 우리는 저녁 먹었냐고 묻고는, 체이상을 비롯한 그 친구 동자승들을 우르르 데리고 근처의 식당으로 가곤 했다. 이 꼬마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바로 야채 볶음밥! 너무나 천진하게 주문하고 또 신나게 볶음밥을 먹는 모습에, 식당에 온 다른 손님들까지 행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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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탑옆의 보리수 아래서 참선하는 모습, 네팔에서 온 파드마스님이 찍어주었다.>

간절한 수행자는 서로 바라만 보아도 통하는 모양이다. 하루는 스님께서 참선을 하고 계시는데, 태국에서 온 스님이 스님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면서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공양 올렸다. 그 스님은 스님께서 진실되게 참선하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았는데, 자신이 참선하던 자리를 옮기게 되어서 그 전에 인사를 드리고 가고 싶었다고 하였다.

길바닥에 온몸을 엎드려 오체투지를 하면서도, 자신 앞에 나방이나 개미가 보이면, 늘 조심스럽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앉는 길에 옮겨주는 티벳사람들...대탑 주변의 부도탑 사이 구석진 곳에서 매일같이 명상하는 스님들...새벽부터 스승의 사진앞에서 정성껏 오체투지를 올리는 사람들...또 새벽에 일찍 나와 인연되는 사람에게 탱화를 공양올렸던 서양 보살님... 매일 같이 대탑 앞의 거지들에게 돌아가면서 빠짐없이 보시를 하는 티벳노스님...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이렇게 간절한 신심과 수행과 베품으로, 세상을 맑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탑을 떠나던 마지막날,

스님께서는 보리수 앞에서 간절하고도 당당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 부처님의 가르침따라 세세생생 보살도행을 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따라 세세생생 보살도행을 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따라 세세생생 보살도행을 하겠습니다."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도, 스님의 목소리가 내 가슴에서 잔잔하게 퍼지고 있다.


<여행정보>
예전에는 보드가야까지 가기가 힘들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제는 보드가야에서 30분 거리에 '가야'공항이 생겼답니다. 한국에서 가야로 바로 들어올 수가 있답니다. 그리고 가야공항에서는 물품검사를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 행사처럼 되어 있더군요. '짐을 안 풀어보고 보내 줄테니 50달러만 내라.'고 말하더군요. 저희랑 같은 비행기로 도착했던 사람들이 모두 돈을 주는 것을 거부하고, 끝까지 항의를 했지요. 특히 어떤 중국 보살님이 관련법규를 보여달라며 큰소리로 아주 용감하게 따진 덕에 다른 사람도 모두 덩달아 무사통과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