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 Posted by 보리심의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06. 11. 27. 14:26

배추벌레 이야기

                          (앞에 보이는 빨간 점선구역이 벌레용 텃밭이다)


이제 김장철이다. 수행자로서 한 해 마음농사는 잘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여기 지리산의 조그만 텃밭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다. 배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벌레들이 얼마나 배추를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벌레들에게 농약을 뿌리지는 못한다. 건강상 유기농 배추를 먹기위해서는 아니다. 벌레도 같은 생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추잎을 반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살생 대신 다른 방법을 간구해야 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선택한 것은... 벌레들을 위해 따로 무배추를 심는 것이었다. 밭의 한쪽 구석에다, 벌레용 채소를 가꾸고, 그곳으로 벌레들을 살짝 들어서 옮기는 방법이다. 너무 작은 벌레는 옮기려고 손으로 집으면 몸에 상처가 나기 때문에, 제대로 커서 제법 통통해질 즈음,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서 옮겨주었다.


사실, 강제이주를 시키면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먹을 것이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벌레가 선택한 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 보금자리를 강제로 이주시키면 누구나 반대한다.
그러나 차선책일지라도, 인간과 다른 생명들과의 공존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우리 텃밭의 경우, 크기가 아담하고 또 경제적 이윤관계가 얽매이지 않아 가능했던 것 같다.

찬바람에 힘없이 떨어지는 벌들과 땅 속으로 숨어버린 개미들과 또 공양간 앞 밥그릇에서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를 볼 적마다, 새삼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계절이다. 내가 받는 혜택들을 부디 인간의 오만으로 누리지 않고, 일체중생의 해탈을 위해 회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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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상 2006.11.29 14:08

    어느듯 입동과 소설이 지났습니다. 지난 여름과 가을동안 밖을 향해 머물던 마음들이 사라지고 사색의 계절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몸같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수 있을까요? 그들의 존재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인정해주는것! 모습과 업력은 달라도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누군가를 위해 보살도를 실천하고 있음을 인정해주는것 ,,,

    장미처럼 화려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름없는 풀한포기, 들국화 한송이에도 그들 나름대로 일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 최선을 다해 한송이의 꽃을 피워 누군가에게 자연의 말없는 진리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음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고 사랑해주자. 배추벌레라는 보살을 통해 한마음, 한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이라는 자만을 일깨워 주듯 무수한 자연과 생명의 청정한 진리의 메세지를 열린 마음으로 들을수 있는 겨울이기를 ,,,,,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능엄 2006.12.04 12:49

    써님..
    대웅전에서 목탁 열심히 두드리고 있습니다.
    목탁소리들리시지요?
    날씨가 조금 쌀쌀해 지니까.. 기도하기 딱 좋습니다.
    이거 갈수록 힘이나는게..
    홍서원김치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봅니다.
    땅속에 묻어둔 김치처럼.. 번데기속 배추벌래처럼..
    안으로안으로 익어갑니다. ^^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하나 2006.12.25 00:20

    원주에사는 여하나입니다
    이제중학생이됩니다
    열심히공부하며 부처님께
    불공많이드리겠습니다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가지 2007.01.02 15:04

    2년차 텃밭가꾸기에서 느낀것이 내년에는 벌레와 더불어서 너도먹고 나도먹고하자 잡아서 이동을 시키면서 다치고 죽이는일이 다반사니. . . 하였는데 . . . 통통 살을 찌
    워서 이동을 시키신다니 . . . 아하 ! ! ! 아하 ! ! !
    왠지 충만함이 넘치는 그러한것 ! 깊은 잔잔함 같은것 ! 맛보고 갑니다.

  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비행보살 2007.06.03 12:06

    몇개월전에 홍서원에 갔을때 그때마침 돌 작업이 있었습니다. 천진스님께서 작은돌을 움직이다말고 그 돌에 붙어있던 작은개미들이 다른곳으로 이동할때까지 지켜보고 계시는것을 보는순간 또한번 저를 뒤돌아 보게 하였읍니다. 현현스님께서는 공양간에서 밥푸던 주걱을 들고 마냥 서 계시는거예요 왜그렇게 서 께시냐구 여쭈어보니 모기가 앉았는데 마음껏먹고가라고.... 그런자비의 마음에 감탄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자비의 마음으로 많은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히계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