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 Posted by 보리심의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06.10.28 09:36

회향하는 삶

  도량에 있는 폐품을 재활용해서 쌓은 담벽, 플라스틱병, 깡통, 가스통, 병등이 쓰여졌다.
  사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겨울에 거미같은 곤충들이 따뜻하게 보낼 곳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첫번째로 입주한 거미! ㅋㅋ
   지금 홍서원은 무료로 1차 아파트를 분양중이다. ^-----^



산밑에 사니, 가을이 참 짧게 느껴진다. 가을에 들어서기 전부터 겨울준비를 시작했다. 덧창문도 달아보고, 홑벽인 곳에는 벽도 둘러쳐보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담벽은 현현스님 토굴앞에 쌓은 것이다. 온갖 폐품을 버리지 않고 함께 쌓아올렸더니 멋진 작품이 되었다.

한 걸음 물러나서 스님께서 정성껏 쌓으신 담을 보니, 당신께서 살아오신 삶이 마치 이 담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봉 무무 스님께서는 함양에서 태어나셨다. 어릴 때, 하늘을 쳐다보고 우주의 끝을 생각하거나,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면 곧잘 선정에 드시곤 했다. 그러나 세상일을 빨리 마쳐야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계셨다고 한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되어서, 당신께서는 '세상일을 빨리 해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셨다. 스님께서 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동네 이발소였다. 동네사람들은 잘 나가는 의사집 아들이 이발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참 이해하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그래도 스님은 칼을 갈고, 면도를 하고, 이발을 하는 것을 야무치게 배우셨고, 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고향을 떠나셨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양복점이었다고 한다. 군산에 있는 양복점에서 일할 때, 스님이 제일 먼저 일어나 가게문을 열고, 가게 앞을 물청소하고, 가게 정리를 끝내고 나서 한 숨을 돌리면, 그때서야 다른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셧터문을 올리려면, 늘 주인이 자고 있는 방 앞을 지나가야 했는데, 스님이 너무 부지런했던 탓에 아침 일찍 문을 열려고 방 앞을 지나가면 주인이 방안에서 '얘야, 아직 어둡다. 좀 더 자다가 나와라.'고 말렸다고 한다.

이렇게 이발소, 양복점으로 시작해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세상일을 경험하셨지만, 스님의 특징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매번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될 때마다, 그 일을 다 배우면 곧바로 미련없이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셨다. 그래서 스님께서 세상에서 배우신 일은 참으로 다채롭다. 이발에서 시작해서 재단과 바느질, 비옷 만드는 고무공장 미싱일, 화훼원일, 버스운전, 택시운전 등등...또 절집에서도 10년 넘게 행자로만 살면서 후원일, 절집살림, 농사, 나무하고 집짓는 일까지 안해본 일이 없으셨으니...

처음 지리산에 와서 1년 정도 스님밑에서 살면서 속으로 놀란 적이 사실, 한 두번이 아니었다. 바느질은 거의 혀를 내두를 수준이시고, 음식도 너무 잘하시고, 뭐 미장부터 목수, 전기, 꽃꽂이까지 못하는 일이 없으셨다. 그러나 스님께서 그렇게 만능으로 뭐든지 척척 해내시는 것이 다 세상을 뼈아프게 살아본 나머지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는... 멋 모르고 부모 밑에서 자라서,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커온 내 자신이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스님께서 젊은 나이에 군대에 갔을 때, 군대 사수가 스님의 손을 잡아보더니, 젊은 사람이 무슨 고생을 했길래 손이 이렇게 엉망이냐고 스님 손을 잡고 울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을 뼈아프게 살아보셔서인지, 스님께서는 세상사람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헤아리신다. 그러나 그 마음을 다 헤아리시면서도 꼭 그 사람의 마음에다 불법의 인을 심어주시니, 참으로 거룩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당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들 머리 깎아주고, 옷 만들어주고, 또 비옷만들어 주고, 버스로 실어날라주고... 그래도 내가 세상에서 한 일은 다 사람들을 이익되게 한 일인 것 같다."

자신이 쌓은 선근공덕을 돌려서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회향이라면...
당신께서 세상을 살아보신 만큼, 그 회향은 더욱 크고 값지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서른에 하루에 1시간정도 밖에 못 주무시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했던 당신의 삶을...정말... 발끝만이라도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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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상 2006.10.28 18:12

    제가 평소 존경하고 흠모하는 스승님의 행적을 조금이나마 접할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원효성사께서는 사람들을 근기따라 분류를 해서 오종종성을 말씀하셨는데 일체중생이 불성이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나는것은 엄연히 차별이 있음을 주장 하셨습니다. 특히 선근공덕의 과보를 말씀하셨습니다. 한마디 말아래 몰록 생사에서 벗어나 범부의 삶을 일시에 끊어버리고 자유자재함을 얻어서 해탈할수있는 근기를 보살종성인이라 하셨습니다. 보살종성인은 전세부터 내려오면서 선근을 끊지 않아서 타고난 성품이 보살의 근기라는것입니다. 또한 초지 이상의 계위에서는 원력으로 태어날수 있고 한생만 보살도로 회향하면 다음생엔 부처의 지위인 일생보처 보살이 된다 하셨습니다.

    제 주변에 일정한 스승없이 홀로 염불로써 깨달음을 얻은스승님과 도반들이 한생에 선지식의 한마디 말아래 믿음을 일으키고 염불로써 생사를 해탈하고 바로 범부의 삶에서 벗어나 자재함을 얻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정말 전생의 선근공덕의 인연이 금생에 성숙되어 기연을 만났을때 바로 돈오하고 한번얻은 맑은 의식은 결코 다시는 매하지 않고 깨어있는 깊은 삼매로 3현의 지위에 머물어 보살도로 회향하면서 초지보살의 지위를 향하고 계신 스승님과 도반들을 바라보면 전세의 선근공덕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한마디 말아래 돈오하지 못한 부정종성는 선지식의 지도아래 수행 하면서 선근을 심어 기연의 성숙을 기다린다고 하셨습니다 .보리심의 인을 심어 성숙되어야 깨달음을 얻을수있는 인연생기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숙연히 생각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  댓글주소  수정/삭제 BlogIcon 보리심의 새싹 2006.10.28 18:53

      푸르고 높은 가을하늘.
      그리고 푸른바다.....
      흑산도 관음사 뒷동산에 단풍이 들었는지요?

      갈길을 알고 잘 다듬어 가시는 스님..
      무량수 무량광 세세상행보살도^^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경 2006.10.28 18:24

    저처럼 아상이 높고 거만한 사람도 스님앞에서만 서면 왜 그리도 작아지는지 !
    스님의 거룩한 성품은 한 두생이 아닌 수많은 생을 보살행을 실천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진이맘 2006.10.30 22:46

    스님~
    스님~~
    스님~~~
    뭐라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ㅡㅡ;; 마음이 뭉클해지면서....뭐랄까...
    전 여태껏 뭐하면서 살았는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ㅡㅡ;;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나무산 2006.10.31 11:49

    한마디 말씀에 돈오하지 못한 저는
    선지식의 말씀 몸과 마음에 새겨 수행하면서
    선근을 심어 기연의 성숙을 기다리겠습니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법인 2006.11.01 00:04

    정봉스님!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림만을 먼저 본 순간에는 참 재미있게 표현하셨구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용을 읽어 내려갔었는데.........,
    스님께서 출가하시기전의 살아오신 과정을 읽어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스님!
    스님께서는 지난 날 지리산 동굴에서 3년동안에 미숫가루만 드시면서 수행을 힘들게 하셨고, 오래전 젊은 시절에는 낮에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하시고, 밤에는 채 한시간도 주무시지 않으시면서 그렇게도 용맹정진 수행하신 걸 보니 아마도
    스님은 전생에 큰스님이었음이 틀림없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도량의 토굴 담 벽면의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치 팔만사천법문이 담겨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홍서원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크나큰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정봉 큰스님 그리고 천진, 현현스님!
    외풍이 없는 따뜻한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희들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부디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법인 합장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효원 2006.11.02 19:10

    정봉 스님.... 그리고 천진 스님, 현현 스님, 또.. 능엄 스님?

    참 그리웠습니다. 이런 공간이 있어서... 스님들을 뵐수가 있네요.

    다들 건강하시죠?
    하긴 여기 글들을 보니, <홍서원> 스님들껜 그런 안부를 묻는것이 머쓱합니다.
    수행자의 길을 올곧게 가고 있느냐..... 다만 그 하나를 서로 마주 물으면서.... 그렇게 제 스스로를 여미면서.... 가만히 따뜻한 눈빛 떠올려 봅니다.

    쌍계사에 살 적에 "보리심"을 주제로 몇번인가 말씀을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무렵 전 마침 틱냣한 스님의 <첫사랑은...> 이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냣한 스님이 젊을 적에 사랑에 빠졌었는데, 굳건한 보리심이 있었기에 위기를 넘길수 있었다는 대목.... 그때 제 자신의 경험과 유사성이 있어서 뻔한 스토리지만 참 새겨 읽었습니다.
    그 몇일 후 정봉 스님을 뵈었을 때, 스님은 금강경을 들어 "발보리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지요. 아울러 <홍서원> 벽에 붙어 있는 발보리심 진언을 듬직하게 가리키셨더랬습니다.

    그 이후로 매순간은 못되지만... 절을 할 때에는, 좌복에 앉을 때에는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리라" 다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진실하게 진지하게 그렇게 살고 계신 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멀리서도 힘이 되고, 경책이 되고...

    "borisim.net"이 이곳 주소이네요. 이런.... <보리심>은 인터넷 도메인 경쟁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건가.... 어째서 <홍서원>에서 이 도메인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곳 첫 장면을 보았습니다.
    <보리심>이 더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정봉 스님....그리고 현현, 천진, 능엄 스님... 소중한 공간 잘 가꾸시구요.
    물러섬없이 정진하셔서... 인연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의지처 되어 주사이다.

    행각 중에 꼭 <홍서원>에 가보고 싶은데...
    이곳이나마 가끔씩 들를께요.
    스님! 그립습니다.

    직지사 중암에서....효원 정례.

    *** 참 청경스님 소식도 보았습니다.
    너무 반가왔어요. 대만 생활 힘드실텐데... 평안하신지 어떤지...
    한마디 소식도 없이 불쑥 멀리 가시니.....
    그 순간 스님의 결심이 얼마나 결연했을까 짐작해 봅니다.
    언제 뵐지 모르지만.... 두손 얼싸잡고 환하게 웃을 때가 있겠지요.
    이곳에라도 작은 소식 틈틈히 전해 주시구요.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당.
    청경스님....화이팅!!!

  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경 2006.11.07 09:05

    효원스님 !
    반갑습니다 ! 그동안 잘 지냈셨는지 궁금합니다.
    11월 말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12월초쯤에 칠불사나 홍서원으로 연락하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그 때 뵐 수 있었으면 ..................

  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H 2013.03.29 00:52

    책에서 읽었던 스님 토굴을 실제로 보니 상상했던 거보다 너무 아늑하고 정겨워보여 마음이따뜻해져요. 정봉스님이 지으신 토굴을 보니 스님의 성품이 담겨있는 듯 해요. 왜 병을 사용했을까 했는데 저렇게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었다니 존경심과 감탄이 절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폐품을 활용한 작은 집이 너무나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전하고 아름다워보이는데 아마 스님의 따뜻한 마음과 세심한 배려가 그대로 담겨있어 그런 것 같아요. 호박덩쿨도 병들이 박힌 담도 너무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