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 Posted by 보리심의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06.10.12 11:22

풍성했던 추석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절집에서 버린 나무들을 모아다가 지었다.>

우리가 경주에서 지리산으로 돌아온 것은 3월 말 쯤이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예전에 보조지눌스님께서 공부하셨던 불일암까지 매일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4월 초 어느 날, 늘 그렇듯이 불일암으로 산행을 갔는데, 불일평전에서 캐나다 두 젊은이를 만났다. 아직도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두사람은 불일평전에서 야영을 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 끝에 결국 우리 토굴까지 같이 내려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알고보니, 두 사람 모두, 수행에 관심이 많았다. 수행을 위해 채식을 한다는 할든과 에밀리. 캐나다 토론토 출생으로, 할든의 경우 대학 학자금 융자를 갚기위해 진주에서 영어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날, 반찬이라고는 고소간장과 된장국이 전부였지만, 참 맛있게들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 불교에 대해 , 참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섯명이 모여앉아 함께 참선도 하였다.

언젠가는 불일암에 올라가니, 할든이 혼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든은 스님이 되고 싶다고, 출가에 대한 궁금한 것을 우리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 날, 할든에게 스님께서는 마음의 진정한 출가에 대해 법문을 해주셨다. 음욕심을 자비로 승화시키는 것이 수행의 핵심이라는 것과  본래 우리가 부처라는 큰 믿음이 수행의 올바른 첫걸음임을 말씀하셨다.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스님의 눈을 바라보던 할든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에게 "가슴이 터진 것 같고, 머리가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고 그 때의 느낌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다시 할든과 에밀리에게서 메일이 왔다. 추석 전날 이곳에 오고 싶다고... 할든은 곧 출국한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화개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는데, 그냥 걸어서 올라왔다. 아주 큰 가방에 쌀과 여러가지 공양물을 둘러매고 결코 짧지 않은 길을,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은 언덕을 걸어왔던 것이다.
에밀리는 계약기간이 남아서 진주에서 계속 영어선생님을 하고, 할든은 중국, 동남아를 거쳐 대만으로 간다고 했다.
스님께서는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이 공부'라는 법문을 해주셨다. 바깥 세상의 여행은 영원하지 못한 것이지만,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은 영원한 것이고 또 돈 한푼도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자, 할든이 웃으면서 명심하겠다고 했다.
추석 전날 저녁 우리는 할든과 에밀리를 위해, 송편도 만들어 보고 윷놀이도 해보았다. 추석날 새벽 예불은 자율적으로 하라고 스님께서는 두 사람을 배려해 주셨다.

그러나 새벽 2시 40분이 되자, 할든은 조심스럽게 법당에 나타났다. 정성스럽게 절을 하며, 또 천수경도 드문드문 따라하며, 참선도 지극하게 했다. 그 날 새벽 할든은 예불에 참석한 공덕으로 귀한 법문을 들었다. '진리는 본래 여여하기에, 우리는 이 연기의 세상에서 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계율을 소중히 지키고, 보리심과 자비심을 내는 것은 바로 이 연기의 세상에서 세세생생 날 적마다 복락을 누리는 길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모습이 참 거룩해보였다.

오후에는 다른 손님들이 찾아와서 함께 공양을 하고 다 같이 칠불사에 가서, 통광스님께 인사드리고 운상선원에도 가보았다. 그리고 4시쯤 되어 터미날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현현스님에게 두손모아 합장하면서, 자신들이 먹은 최고의 음식이었다고 찬탄을 하였다. 현현스님이 할든에게 '다 같이 부처되는 길을 가자'고 하니, 할든은 '본래 부처라는 것을 늘 자각 하고 살겠다'고 하였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아쉬움이 접어지지 않았던 두사람. 우리가 동국대를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만나지도 못했을 두 사람.  언어와 인종을 넘어 진리의 인연으로 엮여진 소중한 만남이었다. 할든이 여기 홍서원을, 마음을 치료하는 병원이라고 했던 것 만큼, 두 사람 다 마음에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의 씨앗을 받아갔다. 할든과 에밀리 모두, 우리를 만난 인연으로 불법의 인이 심어져, 늘 행복하고 족하고 넉넉한 삶을 살기를... 그리고 생사해탈하여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추석날 점심, 코스모스와 함께 풍요로웠던 공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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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진이맘 2006.10.12 14:29

    흠...스티브도 있네요.ㅋ
    인연....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신기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지는것?
    아~~뭐라 설명이 안되네요.ㅋㅋ 하여튼 인연은 소중한것! 스님이 말씀 하셨듯이...전생의 인연이 이어 지는것? ㅎㅎ 암튼 그래요~^^ㅋㅋ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능엄 2006.10.14 15:57

    작년에는 절에서 추석보내는게 좀 적적 했습니다.
    이번에도 누가 스님들은 참 적적하겠다고 물었는데..
    속으로 '우리는 한발자국도 안 때고 고향에 간다구,
    결국 우리가 머물곳은 바로 여기라구..' 묵묵히 대답해주었습니다.
    명절 때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사랑하는 내이웃들, 언제어디서나 함께 평안히 쉴 수 있는
    고향가는길 잘 닦아놓겠습니다. 걱정마세요.
    아제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써님! 제 쏭편, 맛난거로 남겨두셨지요?! ^^)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BlogIcon 보리심의 새싹 2006.10.16 05:49

    할든에게서 온 메일입니다.^^
    Hello!
    I'm in Beijing now (it is so busy!!!)... soon to leave for Hanoi.
    I've had a very interesting time so far, but i'm looking forward to
    Vietnam, camping, and quiet places.
    I want to thank you for having Emily and I at your home. It was very
    relaxing and much-needed (my heart and my stomach were so happy!!).
    It was the perfect way to finish my time in Korea. If I come back, I
    will be sure to visit.
    Thanks so much!
    Halden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정심 2006.10.16 14:38

    스님.
    스님의 훔폐지에 들어와 좋은법문 많이 배워서
    안정대고 편안하게 생활을 하겠습니다 .
    그러기위하여 어제 가려켜 주신 공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향시 건강조심 하셔요.

    •  댓글주소  수정/삭제 BlogIcon 보리심의 새싹 2006.10.16 14:56

      네^^ 보살님.
      처음시작은 금방 효과가 잘 안 나타나지만
      점차 자꾸자꾸 노력하여 실천수행하면
      어느새 가을의 곡식처럼 잘 익어갈거예요^^
      내마음속에 기쁨과 행복의 자량이 많이 쌓여
      언제나 여유롭고 충만하면,
      많은사람들이 곁에만 있어도 기뻐하지요^^
      온통 몸과 마음이 행복의 마음으로 충만하여
      넘쳐나기 바래요.....^^
      이제부터 고통과 괴로움과 번뇌는 끝!
      언제나 마음을 잘 다스리기를 빕니다.

  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정심 2006.10.16 18:04

    스님.
    스님의 메일의 글에서도 맑고 밝은 미소를 보니까
    감사하며 저도 따라 웃어워집니다

  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지 2006.10.17 00:05

    스님 께 인사 드리지 못해 죄송 합니다 컴을 잘 못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습니다 저 실력 잘아시죠 감사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

    •  댓글주소  수정/삭제 BlogIcon 보리심의 새싹 2006.10.17 05:48

      ^^
      우리들이 가야할 고향이 점점 가까워 지는것 같군요...
      반야의 지혜와 자비의 방편이 언제나 함께하는
      부처님가르침으로,
      스님의 당당한 모습이 영원히 빛나기를 바래요.^^

  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상 2006.10.17 13:24

    감사합니다. 마음이 청정하고 지극히 안락한 정토속에
    함께 바라보고 함께 진리를 향한 진실을 토론하고 있는
    연화장세계의 아름다운 꽃들의 향훈
    그 청정으로 장엄된 광명속에 제가 서 있습니다.

    피부와 형상과 업력과 근기는 달라도 우리 모두의 근원은 한마음이기에 누구나 마음의 문을 열고 더없이 광대무변한 진리의 세계를 향한 구도심을 발한다면 생사해탈과 영원한 대자유의 문이 열려 누구나가 모두 찬란한 진리의 새벽을 맞이하리라 염원해 봅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