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현스님은 수덕사에서 내 바로 다음으로 출가한 행자였다.
나는 법당에서 '평생 같이 수행할 도반'을 보내달라고 부처님께 기도했었다.
그리고 내가 출가한 지 한달이 된 어느 날, 한 아가씨가 당찬 얼굴로 견성암에 왔다.
출가하러 온 아가씨의 밥상을 차려주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그렇게 만난 이후 같이 살면서 수행한지 벌써 7년째이다.
살면서 우리 둘은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에 놀란 적이 많다.
개인적인 습성과 성격과 외모, 식성은... 정말 하나도 닮은 점이 없다.
길죽하고 삐죽하게 생긴 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동글하게 생긴 현현이.
자전거를 타도 내가 오른쪽으로 돌면, 현현이는 왼쪽으로 돈다.
난 속가 때, 짜장은 메뉴판에 없는 걸로 취급하던 짬뽕킬러였고,
현현이는 짬뽕은 꽁짜로 줘도 안먹는 짜장킬러였다.
사소한 것 하나, 닮은 점이 없었던 우리가,
이제는 부처님 공부를 같이 하는, '내 목숨보다 귀중한' 도반이 되었으니...
계율에 대한 지견이 같고, 수행에 대한 지적과 격려를 서슴없이 해주는 도반과
언제나 모든 의구심을 해결해주시고 늘 지켜봐 주시는 선지식과 함께 사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다.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