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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야기 /2014년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홍미정(洪米貞) 보살님을 처음 만나게 된 날은,

스님께서 군문 보살님을 위해 3시간 가까이 법문을 해주시던 날이었다.

법문 중간에 조용히 들어와 가만히 법문에 귀기울이셨던 보살님...

무채색에 가까운... 담백하고도, 가볍지 않은... 그런 분이었다.

세 자매 중에 둘째 효정이의 꽃꽂이를 좋아하셨는데, 어느 날 세 자매의 전시회를 보러 와서,

동영상에 나오는 스님의 법문을 접하고,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있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인연으로 그렇게 울라이 숙소를 찾아오시게 되었다.

 

 

 

                     <고쟁을 연주하고 있는 홍미정 보살님>

 

 

나중에 알고 보니, 홍미정 보살님은 대만에서 꽤 알려진 화가였다.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이 없고 스스로 좋아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소위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분, 사교에 대해서는 일절 관심이 없어서,

사실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아주 드문...고독과 그림, 음악을 친구로 삼는 분이었다.

 

처음 울라이 숙소를 방문한 날,

보살님은 자신의 화보집과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길러서 담근 유기농 쨈, 장아찌 등을 공양 올리셨다.

보살님과 몇 마디 나눠보시고 화보집에 담긴 그림들을 유심히 보시던 스님께선...

자신의 집으로 스님을 초대하는 보살님의 청에 뜻밖에 쾌히 승낙을 하셨다.

 

그리고 어느 하루,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우린 모두 타이페이 북쪽 끝에 있는 보살님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보살님의 집은 여러 다른 나라들의 대사관이 모여있는 곳에 있었는데,

프랑스인인 남편분은 EU의 아시아 대표분이라, 보살님이 머무는 곳도 EU의 사택이었다.

정원에는 정성스럽게 텃밭도 가꾸고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보살님이 직접 그린 그림들과 직접 만든 도자기들이 놓여있었다.

보살님은 기쁜 마음으로, 팥죽과 삶은 고구마와 과일, 남편이 직접 구운 빵 등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스님들을 위해 꽂아둔 꽃들과 직접구운 도자기들>

                                                                                       

                                     

 스님께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오히려 고독을 즐긴다는 보살님에게,

고독을 친구로 삼는 자만이 진실로 이 진리의 길을 갈 자격이 있다고 하시면서...

뒷쪽에 걸려 있는 산 그림을 보시면서 잠시 법문을 해주셨다.

 

 

 

 

 

"다른 사람들은 미정 보살님의 그림이 좀 어둡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저 그림을 보면, 저 속에 감추어져 있는 태양을 볼 수 있어요...

아직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여명 속에 있는 태양...

보살님 마음 속의 태양은 사라지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못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과 자비의 광명이 빨리 올라오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다리면 반드시 떠오릅니다.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다음에 내가 올 때는 저 그림에 태양이 떠있는 것을 보게 될겁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태양은 계속 솟아오르고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속에서 태양이 밝아오는 것을 모르지만,

그들이 모른다고...알아주지 않는다고...원망하지는 마세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사방에 있는 그림들을 둘러보면, 모두 사랑과 자비의 광명으로 그린 그림이예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과 자비의 광명.

모든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그 광명을 보게 하려고...

아직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할 뿐이죠.

전혀 문제가 없어요."

 

 보살님은 오랜 고독 끝에 지음자를 만난 듯...

스님의 법문에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누군가 그 광명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님께선,

"오히려 내가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는 영원히 드러나지 않는 진리의 광명을 봐야합니다.

그것을 표현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내 평생, 천진, 현현 스님에게 누구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비지니스로 그리니까요....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문제가 아니고...

보살님은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마음을 담백하게 그렸어요.

계속 그렇게 그림을 그려주세요."

 

 

 

 

        스님께선 이 그림에서

       "적정"이 참 잘 표현되었다고 좋아하셨다.

 

 

 

 

 

우리들이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미정 보살님은 직접 기른 채소며, 직접 만든 유기농 비누, 농장에서 따온 파파야로 만든 장아찌 등....

손에 닿이는 것은 다 챙겨서 주려고 했다.

보살님의 넉넉함에 다 함께 웃고 있을 때, 스님께선 냉장고에 붙어있는 종이에 쓰인 문구를 유심히 보셨다.

 

 

            

                     <냉장고 모습, 홍서원 일일기도문 명함도 보인다>

 

스님께서 유심히 보신 종이에는 "접수일체, 취시자비(일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자비)"라고 쓰여있었다.

스님께선 보살님에게 직접 쓴 글인지 물어보셨다.

보살님이 어딘가에서 보고 마음에 와 닿아서 붙여놓았다고 하자,

스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셨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스님께선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실지로 보살님에게 그런 법문을 해주었을 땐, 약간의 걱정스런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원력에 대한 것이었어...

아, 그런데.. 그 문구를 보자마자 모든 걱정이 쉬어지는 거야.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지... 보살님은 앞으로 공부를 잘 해나갈 거야."

 

 

 

 

그리고 어느 날, 미정 보살님은 울라이 숙소로 소품으로 그린 그림을 한아름 안고 나타났다.

스님께서 다녀가신 이후로 뭔가 마음에 변화가 왔다면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꼭 스님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그림들은 처음으로 묵과 한지를 사용하면서

보살님이 여러 표현법을 연습해 본 소품들이었는데,

흥미롭게도 그림의 주인공들이 모두 스님이었다.

 

보살님은 자신도 어쩌면

전생에 수행자였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스님께서 다녀가신 이후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날 모였던 사람들 모두,

미정 보살님의 그림이 밝아지고 천진스럽다고...

다들 기뻐했다.

 

그리고...

스님께 꼭 자신의 그림을 공양올리고 싶다고...마음에 드시는 그림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스님께선, 이 그림들이 다 보살님의 살과 같은 것은데, 어떻게 한 쪽을 떼어내서 달라고 할 수 있냐고 하시면서,

극구 사양하시다가, 계속 부탁드리는 보살님을 위해, 두 장을 고르게 되셨다.

대신, 스님께선 법고산에서 받으신 참선 외투를 보살님에게 회향하셨다.

나무와 산을 좋아해서 늘 뒷산을 혼자 산책하는 미정 보살님에게,

좋아하는 나무들을 보러갈 때, 따뜻하게 입으라고 하시면서... 보살님을 기쁘게 해주셨다.

 

                    <미정 보살님에게 회향하신 법고산의 참선 외투>

 

 

평소에 거의 외출을 안하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보살님이...

그렇게 1시간이나 떨어진 곳을 세 번씩이나 적극적으로 가는 것을 지켜본 남편분도,

보살님의 잔잔한 변화에 응원을 보내셨다고 한다.

보살님이 스님을 친견한 인연으로, 그 순박하고 진실한 마음에 무상보리의 씨앗이 심어져,

세세생생 부처님의 길로 나아가시길 또 간절히 바래본다.

 

*미정보살님은 올해 봄 "玄土飛白"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담백하고 깨끗한 수묵화랍니다. 동영상에서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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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outu.be/L4avu19NSg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