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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야기 /2014년

대만 법회의 인연

대만에서 온 세자매, 효혜, 효정, 효유의 인연으로 스님을 모시고 2014년 11월 대만에 가게 되었다.

2014년 여름, 3년 무문관 회향법회 기간에 왔었던 세 자매는,

스님께서 더 연세가 드시기 전에 꼭 대만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스님께서 지내시면서 법문 하실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고...

그동안 자신들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본 많은 지인들이 스님을 친견하고 법문을 듣고 싶어한다고... 

간곡히 대만에 오실 것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홍서원을 떠나던 날, 불단에 여러가지 공양물을 올리면서 아예 대만 돈으로 공양금을 올리고 갔다.^^;

 

 

 

                                              <법회를 했던 별장의 모습>

 

 

  <스님께선 도착하시자마자 요령을 흔들고 염불을 하시면서 도량을 장엄하셨다>

                                                <도량 구석구석을 장엄하시는 모습>

 

 

대만에서 법회를 하게 된 장소는 예전에 부유한 거사님이 별장으로 쓰던 곳 이었다.

세 자매는 대만에서 저명한 도예가 陳九駱 선생님과 함께 '일인다도회'를 하고 있었는데,

다도회에 참석했던 陶信勇 거사님이 진선생님의 다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의 별장을 진선생님께 드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 별장은 가끔씩 세 자매와 진 선생님의 다도회 장소로 쓰여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 자매가 한국에서 선사님이 오셔서 법회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스님들께서 편안히 머무시고 법회를 하실 수 있도록, 도 거사님이 아예 거액을 들여 새롭게 리모델링을 했다.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사현장에 나와서 감독을 했던 도 거사님...

스님들이 오실 거라고 인부들에게 공사장 안에서 담배도 못 피우게 했다고 한다.

 

이 별장이 위치한 곳은 타이페이 외곽에 있는,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울라이 지역이다.

도착한 다음 날 스님을 친견하러 왔던 도 거사님은,

예전에 이 별장은 친구들과 가끔씩 와서 가라오케 하고 바베큐 해먹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다 채식만 하시고 법회를 하시니...스님께서 아시면 자신을 혼내실 거라고 쑥스러워 하셨다.

도 거사님께 수행이야기와 행복이야기를 드렸는데,

애처가인 거사님이 집에 돌아가 부인에게 책을 보여주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책에 싸인한 그림과 책 속의 사진만 수십번 보다가,

결국 당장에 번역사를 고용해서 책 번역을 해내라는 어명이 떨어졌다고 한다.

 

스님께선 이 곳에 머무시는 동안,

홍서원에서 늘 그러하셨듯이 도량을 가꾸고, 아침마다 별장 안과 대문 앞 거리까지 매일 청소를 하셨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찾아오는 대만분들을 위해, 몇 시간씩 앉아서 법문을 설해주셨다.

 

 

          <데크의 가장자리가 상하지 않도록 다시 잔디를 까시는 스님...>

 

그리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시면, 경전을 보시거나 세 자매를 위해 법문을 해주셨다.

스님께서는 어디를 가시든 늘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하신다.

평소에 책을 보시다가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으시면, 수첩같은 곳에 적어두시고,

먼 곳으로 가실 때마다 그 수첩을 가지고 다니시며,

비행기 안에서도, 숙소에서도 늘 읽어보신다.

 

하루는 수첩을 읽으시는 스님께 맏언니 효혜가 다가와 뭘 보시는지 여쭤보았다.

스님께선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효혜야, 내가 나이가 60이 넘고, 인가까지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 늘 진리의 말씀을 가까이 한다...

너희들은 한국에서 나한테 법문 들을 때는 신심이 반짝 나다가도,

대만에 돌아가면 또 일상적으로 돌아가잖아.

왜 나처럼, 법문 내용을 적어두고 매일매일 보지않니...

부처님과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항상 가까이 해야, 자각력이 떨어지지 않고 매일매일 성장할 수 있다."

 

23일 동안(2014/11/26~12/18), 세 자매와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언제 또 만날지 기약없는 만남을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어주시는 스승님을 곁에서 뵈면서,

불보살님과 스승님의 크나크신 원력과 자비의 행을 다시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스님께서 늘 보셨던 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