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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이야기 /2014년

바른 견해가 바로 수행이다

대만에 도착한 날, 세 자매와 함께 한번 홍서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준홍(鈞鴻) 거사님이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공항으로 스님을 모시러 나왔다.

잠시 스님을 내려드리고 나서, 저녁 퇴근 후에 자신의 부인과 능엄경을 평소에 공부하는 지인을 데리고

다시 스님께 법문을 청하러 왔다.

 

법문은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선사님께서는 한국에서 어떤 방편으로 수행을 가르치십니까?"

 

스님께서는 곧바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수행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지금 곧바로 자유와 행복을 얻으세요.

수행하기 전에, 바로 지금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유와 행복을 뒤로 미룰 필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얻을 수 있는데, 왜 수행을 해서 뒤로 미룹니까?"

 

그러자 이렇게 질문이 나왔다.

 

"그러면 어떻게 그것을 지금 당장에 얻을 수 있나요?"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우리는 '어떻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원만구족한데 스스로가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에 할 일이 있기 때문이죠. 먼저 세상의 일을 끝마쳐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의미가 없고 허망합니다.

당신이 정말로 준비가 되어있다면, 지금 곧바로 행복과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는 겁니다. 준비가 안 된 이유는 애착과 삼독심, 허망한 일에 대한 애착 때문이죠.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살펴보세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실입니까, 거짓입니까?

바깥 현상계는 모두 거짓입니다.

자신을 계속 살펴보세요.

누구입니까?"

 

"화두 같아요.."

 

"곧바로 자기 자신을 보세요! 화두나 선정이 필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이 몸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몸을 꿈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이 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잖아요.

꿈과 같다면, 그것은 없는 거예요. 사실 없어요. 몸이란 것은 없고, 우리 몸은 비어있고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데 바보같이 없는 것에 집착을 하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비어있고 걸림없는 나"를 자각해보세요.

사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미혹때문에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거죠"

 

"그렇다면 생각을 멈추고 제 마음을 봐야 합니까?

 

"생각을 멈출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생각이 환이니까요, 멈출 필요가 없어요.

생각은 비어있고,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데, 왜 생각이라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진정한 자유를 이렇게 얻는 것입니다.

생각 그 자체가 바로 무념이예요.

마음과 부처, 중생이 아무 차별이 없어요.

이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정견을 가지세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견이 아니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완전하기 때문이죠.

스스로가 나는 지금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완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견해예요.

광대무변한 허공!

허공은 완전해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완전합니다. 무언가를 덧붙이거나 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참된 성품이 바로 이 허공과 같아요."

 

"그러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습니까?

 

"애를 써도 안써도 다 문제가 없습니다.

허공에 번개가 치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허공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허공과 같은 마음이 당신입니다. 이것이 정견입니다.

당신은 부사의한 공성입니다. 정견을 지니세요. 

수행을 통해 무엇이 되기를 원다면 그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진정한 수행은 바로 정견을 지니는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 무엇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명상이 아니예요.

진정한 명상은 당신이 이미 완전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정견을 자각하는 것이 수행이네요"

 

"정견을 확립하면, 모든 환영이 무너집니다.

그러면 완전한 진리에 안주할 수 있죠. 현상계는 모두 사라집니다. 

이 바깥 현상계가 실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정견을 확립하는 순간, 현상계는 다 사라져요.

현상계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상계를 수용하고,

현상계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비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정견을 확립한다면, 어떤 일이 닥쳐도 콧노래를 부르면서 갈 수 있어요.

아무 문제가 없죠. 언제나 자유로운 것이 진리입니다.

애초부터 자유로워요,

그것이 바른 수행입니다 ."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준홍거사님이 스님의 법문 끝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무무스님 감사합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깨달으려면 시일이 필요하겠지만,

제게 너무도 귀한 것은,

제가 완전해지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정견을 자각하기 위해 수행할 수 있음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문제없음, 완전함에 대한 자각이 당신을 진리(진정한 자유)로 이끌어 줍니다."

 

늘 타인에게 베풀고 착하게 살면서 능엄경을 독송하는 준홍(鈞鴻)거사님과 이윤(譯云) 보살님을 위해,

스님께서는 대만에 도착하신 바로 그날부터 중요한 법문을 해주셨다.

그 뒤로, 스님께서 대만에 계시는 동안, 부부가 모두 직장일로 바쁜 와중에도

저녁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와서 법문을 듣고 환희심을 내었다.

스님께서 팥을 좋아하신다는 소식을 세 자매로 부터 들은 뒤에,

유기농 단팥빵과 정성스럽게 쑤운 팥죽을 공양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만 불자님들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지면상 법문의 전부를 올리지 못하고 요약해서 올린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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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outu.be/U75HiC0WU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