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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야기/채식과 자비심

사과와 젖소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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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하는 사람들이 회식자리에서, 남들은 고기 구워먹고 있을 때 혼자서 묵묵히 상추에 밥만 싸먹고 있으면...꼭 이렇게 쏘아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야, 상추는 생명 아니냐?"

얼마전, '아직도 우유먹니'라는 글에서 젖소의 생애에 대해서 썼더니, 어떤 친구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써놓았다.(젖소라는 단어를 사과로 바꾸어서)
"사과나무에서 열리는 사과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다.농장에서는 더 많은 사과를 뽑아내기 위해 사과꽃을 매년 인공수분으로 수정시키고, 사과가 크게 맺히도록 멀쩡한 어린 열매들을 솎아내면서.. (후략) 사과도 젖소 못지 않게 불쌍하다."

불교 교리상으로 이야기하면 존재는 무정물과 유정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위를 한대 치는 것과 동물을 학대하는 것은 업의 과보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정물에게 의식이 없다고 해서 그것을 마구 다루어서는 안되는 이유는 바로 무정물에 의지해서 사는 수많은 생명체때문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교리 이전에 우리 마음에서는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아는 자가 있다. 만일 자신의 아이가 사과를 반쪽으로 가르면서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과 사과 대신에, 살아있는 젖소를 반으로 갈라서 그 살점을 먹고 있는 장면이 있다면... 두 장면이 모두다 부모에게 사랑스럽게 느껴질까? 만일 자신의 아이가 꽃을 꺾어 들고와서 '이쁘지?'라고 묻는 상황과 돼지의 꼬리를 칼로 끊어와서 '이쁘지?'라고 묻는 상황이 같다고 주장한다면... 굳이 그런 사람에게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채식을 실천하려고 했던 많은 사람들중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동물 도살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70이 넘은 나이에, 채식을 선언하게 된 것도, 우리의 육식문화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발전과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이 원칙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마하카루나, 모든 중생에 대한 무한한 자비의 가르침은우리에게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있는 모든 중생을 대하고 이를 널리 알리도록 분명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2005년 4월 5일, 대중법회에서)"

나는 스님이 되기 전에 채식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공격을 당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출가한 이후로 식당에서 김밥을 시킬때, "계란, 오뎅, 맛살, 햄...빼고 주세요."라고 말을 해도 사실, 식당 주인들은 이해를 해준다. 오히려 한국 정서상, 고기를 시키는 중들을 욕할 수는 있어도, 채식을 하려는 스님을 이해못하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봐도, 일반 채식인이 받아들여지기에는 아직도 힘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이 아닌 사람들이 채식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있다면 참으로 많은 격려를 해주고 싶다.  

비록, 미국의 야만적인 문화를 위대한 유산인양 뒤쫓아가는 것이 지금의 한국 정서일지라도, 곳곳에서 채식인들이 꿋꿋하게 실천하고 있는 이상!  언젠가... 채식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우리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고 순수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기본바탕임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채식은 유별난 결정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의 육식문화와 보신문화가 참으로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유명채식인을 만나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채식이 유별난 사람의 유별난 결정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과도한 육식문화가 서양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세계의 유명한 채식인
세계의 유명한 채식인(사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