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더욱 세밀한 수행을 위해
왜 현미채식이 좋은가?
현대인들은 살아오면서 누구나 건강문제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건강문제는 아무리 보약을 챙겨먹고 조심한다고 해서, 쉽게 지켜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몸의 건강은 항상 마음의 건강에서 비롯된 것이고, 업보의 문제가 늘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념으로 아무리 잘 먹고, 운동도 잘 하고, 늘 기분 좋게 지낸다 해도 육식의 업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대 의학에서는 고혈압, 당뇨, 대장암, 직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광우병, 성조숙증, 치매 등이 육식에서 비롯된 병이라고 하는데, 그 업보의 힘은 단순히 육체적 질병에 그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까지 도사리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전쟁과 범죄가 끊이지 않고 무차별 총기난사 등의 일이 벌어지는 것은, 모두 인간에게 잡아먹힌 짐승들과의 인과응보와 관련 있음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실천할수록, 인과의 도리에 대해 깊이 사유할수록, 또 자비심에 대해 실천하면 할수록, 채식은 남이 하라고 해서 할 문제가 아닌, 당연히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 맨 먼저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 중에 하나가 ‘과연 채식으로 모든 영양가가 제대로 섭취될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이 고민은, 인터넷(한국채식연합)이나 서점에서 채식에 관한 자료를 조금만 찾아보아도 금방 답이 나온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세뇌 당했던 건강 상식들이, 언론매체에 떠도는 정보들이, 육류업계, 낙농업계, 국가의 수출‧ 수입 경제논리 속에 완전히 허위로 조작된 거짓 정보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우유를 섭취하면 뼈가 튼튼해지고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동물성 칼슘인 우유를 섭취하면, 체내에서는 ph 농도를 맞추기 위해 오히려 뼈 속의 칼슘을 빼내가기 때문에, 우유가 결국 골다공증의 원인이 된다. 세계에서 우유소비량이 가장 많은 핀란드는 골다공증도 세계 1위이다. 지구상의 여러 민족 중에서도, 육식을 할 수 밖에 없는 에스키모 인들의 수명이 가장 짧다. 고기, 생선, 우유, 계란, 치즈, 곰탕 등의 식품들이 영양가가 듬뿍 들어있는 ‘고단백, 완전식품’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각종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중금속(생선류) 등이 듬뿍 들어있는 ‘완전히 몸과 마음을 망치는 최악의 식품’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현미 채식을 하게 되면, 현미 자체가 단백질을 비롯해서 칼슘, 철분, 아미노산, 비타민B 등의 필수 영양소 22종이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현미와 김, 녹색채소 조금만 있으면 영양소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 없이 채식을 할 수 있다. 또한 현미 채식을 하면, 단순히 몸의 건강을 넘어서 수행에도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우선, 현미 채식을 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후불식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탄수화물 외에는 별다른 영양가가 없는 백미에 비해, 현미는 소화 흡수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아도 오랜 시간 허기짐을 느끼지 않고 거뜬히 수행할 수가 있다. 여기 홍서원 스님들도 처음에는 오후불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현미 채식을 하게 되면서부터, 점차 저녁식사를 하지 않기 시작했고, 어른 스님의 배려로 특정 운력이 있는 날이나 특별히 허기진 날에만 떡이나 과일 등을 조금 먹는 것이 허용되다가, 결국 완전한 오후불식이 자리 잡히게 되었다.
오후불식을 하면, 수행자로서 얻게 되는 이득이 참 많다. 특히 먹는데 들어가는 많은 시간을 수행으로 전환할 수가 있고, 음식에 대한 탐욕들을 자각하게 되어 정밀하게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데 힘을 얻게 된다. 또 오후불식을 하면, 뱃속을 편안하게 비워두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피로가 덜 하고, 건강에도 더욱 좋다.
그러나 일반 재가불자의 경우, 굳이 오후불식을 하지 않더라도 현미채식을 통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니, 바로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미의 경우, 여러 번 도정한 백미와는 달리, 입안에서 물이 되도록 여러 번 씹지 않으면, 제대로 소화 흡수가 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을 천천히 먹는 것을 참으로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홍서원 스님들이 공양하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되지만, 같이 공양을 시작한 신도분들은 3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식사를 다 마치시기 마련이다. 그 30분마저도 법당에서 발우 공양하는 스님들 옆을 지나 밖으로 나가시기가 미안해서, 참고 또 참으신 시간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공양을 함께 하셨다면, 그날 오신 신도분들은 아예 집에 일찍 가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하실 때, 한 수저의 밥을 입에 넣으시면, 완전히 물이 되도록 씹으셔서, 입안에서 그 물을 세 바퀴 돌린 뒤에 삼키셨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무문관에서 부처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시도를 해보았다. 처음에는 공양 시간이 1시간 20분이 되어가니, 앉아 있는 것 자체만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조급함과 탐욕에 밀려, 미처 씹기도 전에 삼키려 하는 마음을 자꾸 알아차릴수록, 물이 되도록 씹고 또 씹을수록, 우리의 마음도 함께 더욱 자각력이 높아지고, 세밀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은 이렇게 꼭꼭 씹어 공양하는 것이 자리 잡히니, 공양시간이 하루 수행 중에 가장 중요한 수행이 되어버렸다.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수행삼아 꼭꼭 씹어 먹는 것을 실천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현미채식은 발우공양에 참 좋다. 현미밥의 경우, 다른 반찬이나 국 등과 같이 씹으면 제대로 씹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밥은 밥대로, 반찬은 반찬대로 씹어야 한다. 그래서 밥과 반찬, 국 발우를 하나하나 따로 들고 먹어야 하는 발우공양이 현미채식에는 최고로 좋다. 더욱이 밥과 반찬을 따로 먹으면,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칠 수 가 있다.
현미밥을 지을 때는, 꼭 10시간 이상 불린 뒤에 밥을 해야 한다. 현미맵쌀과 현미찹쌀을 같이 섞어 먹으면 좋다. 또 잔류 농약을 고려한다면 유기농 현미가 좋다. 곡물을 통해 당을 천천히 흡수하는 사람에 비해, 밥을 싫어하고 빵을 즐기거나 설탕을 많이 먹는 사람은 당연히 조급함이 심하고 짜증이 많고, 지구력이 없게 된다. 물이 되도록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인다면, 많은 부정적인 성격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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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채를 삼가야 하는 이유
수행을 더욱 세밀하게 하려면, 반드시 오신채를 끊어야 한다. 지금 당장에는 끊기 어렵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다짐이 마음속에 확실히 심어져야 한다. 오신채는 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 등의 채소를 말한다. 이런 채소들을 먹으면, 익혀먹을 경우에는 음욕심이 강해지고, 생으로 먹을 경우에는 화를 잘 내게 된다. <능엄경>에는 오신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이 세계에서 오신채를 먹는 사람이 비록 십이부경을 설법하여도 시방의 하늘 사람과 신선들이 그 냄새나는 더러움을 싫어하여서 모두 다 멀리 떠나며, 모든 아귀의 무리들이 그가 먹을 적에 그 입술을 핥으므로 항상 귀신과 함께 있어서 복과 덕이 날로 줄어들고 이익이 없으며, 이 오신채를 먹는 사람이 삼매를 닦더라도 보살과 하늘 사람과 시방의 선신들이 와서 수호하지 않으므로, 큰 힘을 가진 마왕이 그 방편을 얻어서 부처님 몸을 가장하고 와서 금계(禁戒)를 그르다 훼방하고 음욕, 성냄, 어리석음을 찬양할 것이며, 목숨이 다함에 저절로 마왕의 권속이 되었다가, 복이 다하면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아난아! 보리를 닦는 자는 오신채를 영원히 끊을 것이니, 이것이 첫 번째 증진(增進) 수행하는 점차(漸次)라 하느니라.”
<능엄경>에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굉장히 상세히 나와 있는데, 우선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은 가장 기본적으로 삼점차(三漸次) 수행을 하도록 되어있다. 이 삼점차 수행의 첫 번째가 바로 오신채를 끊는 것이고, 두 번째가 계율을 청정히 지니는 것 즉, 음욕을 영원히 끊고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며, 세 번째가 현재의 나쁜 업을 그치고,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삼점차 수행 중에 오신채를 먼저 끊도록 하신 데에는 깊으신 뜻이 있다. 음욕을 먼저 끊으라 하지 않으시고, 오신채를 먼저 끊으라고 하신 이유는, 오신채를 끊으면 자연히 음욕의 마음이나 살생의 마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속가 분들은 ‘파, 마늘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그걸 왜 못 먹게 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오신채를 먹으면, 자동적으로 그 힘을 음욕심이나 성내는 방향으로 쓸 수밖에 없다.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물을 먹으면 독이 되듯, 늘 삼독심과 음욕심으로 사는 사바세계 존재들은, 화(火)기운이 많은 오신채를 먹으면 당연히 삼독심과 음욕심으로 그 기운을 쓰게 되는 것이다.
속가에 살면서도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음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혹 방거사나 부설거사 가족처럼, 부부가 함께 이 길을 가고자 한다면, 꼭 음욕의 마음을 사랑과 자비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술, 담배, 오신채를 끊고 채식을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음욕이나 성냄의 마음은 점차 줄어들고 자비심과 환희심은 증장 될 것이다.
이 공부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고, 먼저 삼악도를 면하고, 생사를 요달하기 위해 하는 공부이기에, 정말로 진실되고 바르게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한다. 요즘에는 시민 선방이나 철야정진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밖에서 공부하려고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부부가 함께 집에서 부처님 공부를 하는 것이다.
집에서 파, 마늘을 먹지 않으면 사실 여러모로 이익이 많다. 그 매운 파나 마늘, 양파를 까지 않아서 좋고, 식사를 해도 입에 냄새가 남지 않아서 좋고, 식사 후에 갈증이 안 나서 좋고, 채소나 나물 등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 우리가 동국대에 다닐 때, 교양 수업을 같이 듣던 학생을 데리고 채식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여러 가지 나물들을 골고루 먹어보던 그 학생은 이런 말을 했다.
“스님, 진짜 신기해요! 취나물에서는 취나물 향이 나구요, 콩나물에서는 콩나물 향이 나구요, 모든 나물들이 각자 자기 향이 나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것이 다 나물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먹어보니 그건 다 마늘 맛이었어요.”
정말 그렇다. 채식 음식에는 굳이 파, 마늘을 쓸 필요가 없다. 모든 채소에는 고유의 맛과 향이 있기 때문에, 파, 마늘 양념은 오히려 음식의 순수한 맛을 가리게 된다. 사실 파, 마늘과 같은 양념은 육식의 비린 맛을 감추기 위한 양념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탐착하고 있는 ‘고기 맛’이라는 것도 사실은 ‘양념 맛’일 뿐이다. 모든 양념을 배제하고 고기 자체만을 먹으라고 하면 ‘고기 맛’만을 즐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양념류 등에는 파, 마늘, 양파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많다. 된장, 고추장, 튀김가루, 카레가루, 짜장가루,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 등에는 마늘분이나 양파즙 등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고, 멀쩡해 보이는 김부각에도 찹쌀풀을 끓일 때 파를 같이 넣고 끓여 만든 것도 있으니 조심히 잘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