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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야기(India)/인도티벳사원2005

인도속의 티벳사원 제 7탄- 인도 기차안에서 만난 사람들

2주간의 짧은 여행치고 기차를 많이 탔다.

여행가기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인도 기차여행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경고'의 메세지가 많이 나온다. 기차안에서 음식주면 절대 받아먹지 말아라, 기차표를 보여주면서 자기 자리라고 해도 인도인들은 엉덩이만 살짝 들뿐 절대 비켜주지 않는다 등 겁나는(?)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운이 좋게도, 기차안에서 정말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1. 뱅갈로르에서 마이소르까지

우리가 처음 탄 기차는 뱅갈로르에서 마이소르로 가는 기차였다. 정말 혼잡한 기차역에서 여러갈래로 꼬여 있는 줄중에 간신히 한 줄을 선택해서 차표를 끊어봤다.

기차가 떠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올라타니, 한산해 보이는 객실에 단란한 가족이 앉아 있었다. 인사를 나누니, 마이소르로 여름휴가차 친구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두 아이들에게 준비해간 수첩과 필기도구를 선물로 주니, 당장 수첩에 우리 초상화를 그려서 보여준다.

기차안에서 쓰레기를 어디에 둘지 몰라 두리번 거리니, 그냥 밖으로 던지면 된다고 하였다. 인도의 기차길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이다. 그리고 그 쓰레기더미를 천민들이 뒤적거리면서 쓸만한 것들을 건진다. 우리는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창밖으로 던지는게 쉽지 않아서 결국 쓰레기 봉지를 규메까지 들고 갔다.

점심 때가 되자 처사님과 플랫폼에 내려 간단하게 먹을 거리도 사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마이소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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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소르로 가는 기차안에서 만난 단란한 인도가족.
                소년이 들고 있는 수첩에는 자신이 그린 우리의 초상화가 있다^^)


2. 뱅갈로르에서 델리까지

우리의 탐방일정상, 인도대륙을 종단해야만 했다. 뱅갈로르에서 델리까지 2박 3일을 기차로 가야한다니,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46시간의 기차여행...성질 급한 한국인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시간개념이다. 그러나 가도 가도 끊임없이 펼쳐진 평야를 보며, 우리 마음의 시계는 점차 인도의 여름날씨처럼 느리게 가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별 준비없이 기차에 올라탔지만, 인도인들은 여행을 즐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며칠 먹을 도시락에, 음악에, 카드놀이까지... 정말 기차간의 분위기는 생동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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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펼쳐진 인도평야, 2박 3일 동안 유일하게 본 산이다. 엄지모양이다)

식사 때가 되면, 열차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주문을 받는다. 인도는 어디서나 채식과 비채식이 구별되어 있어 참 다행이다. 저녁무렵 해가 지면, 하나둘 하품을 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침대를 펴서 올라가 자면된다.

델리로 가는 기차안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바로 써니와 데비이다.

써니는 우리가 여행중에 만난 유일한 불교도인 인도인이었다. 델리로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한다. 써니는 석가탄신일이 되면 아직도 우리에게 메일을 보낼 만큼, 착하고 친절한 청년이었다.

데비는 중년의 힌두교인이었다. 너무나 예민하고 섬세하게 생겼는데, 왜 우리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는 불교승려라서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고 했더니, 우리가 산야신인지 몰랐다면서, 존경한다고 아주 정성스럽게 합장을 하였다.

우리는 그림과 설명이 들어간 선의 십우도를 준비해갔었는데, 데비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었더니 아주 많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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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와 함께 이야기하는 모습, 3층 침대칸의 스님께서 찍어주셨다)


기차가 델리에 도착할 즈음, 복도에 나가 바깥풍경을 구경하였다. 인도사람들은 기차가 지나가는 선로위에서 아침마다 용변을 보는데, 꼭 기차를 향해서 볼일을 본다.--; 아마 구경거리삼아서 보는 것이리라. 어떤 사람은 기차를 보면서 양치를 하기도 한다.

기차가 델리시내로 들어가서 잠시 멈추어 서자, 구두닦기 아이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은사스님께서 1달러씩 선물로 나누어주니 받고 좋아들 한다. 그러나 가까운데 서있던 경찰이 인도 현지인은 달러를 환전하기 힘들다고 말해준 모양이다.

결국 아이들은 다음 기차역까지 따라와서, 사정을 이야기하더니 달러를 돌려준다. 스님께서도 웃으시면서 얼마없던 루피를 털어서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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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리역 근처에서 만난 구두닦이 소년들)

3. 다람살라까지 가기

우리는 마이소르역에서 앞으로 우리가 탈 기차를 모두 예약했었다. 역의 창구도 한산하고 해서 외국인이 예약하기에는 참 적합했다. 초펠스님이 일러준 대로, 표가 없으면 대기번호가 100번 안의 Current(꾸렌뜨라고 읽는다)표로 예약을 했다. 이 예약표에는 델리에서 다람살라근처의 파탄콧까지 가는 왕복기차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2박 3일의 기나긴 기차여행을 마치고 나서, 델리에서 아주 우습게 사기단에게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델리역 2층에는 외국인 전용창구가 있는데, 그곳에 가서 예약된 표를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그곳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한 사람이 가로막더니 표 좀 보자고 하는 것이다. 아무생각없이 표를 보였주었더니, 이곳에서는 지금 확인이 불가능하니 자신이 알려주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리고 잠시 뒤에 어떤 사람이 다가오더니 오토릭샤 타는 곳으로 안내한다. 이쯤에서 뭔가를 눈치챘어야 했는데, 우리는 그저 시키는대로 가르쳐준 여행사로 가고야 만 것이다. 여행사 직원은 우리 표를 보고 전화를 걸어 확인하더니 하는 말, '대기번호가 너무 멀어서 표가 무효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람살라로 가려면, 일인당 750루피 하는 버스가 있으니 기차값 빼고 추가로 몇 백루피를 더내면 버스를 예약해주겠다고 한다.

바보같이 몇 백루피를 내고 버스를 예약하고 나니, 뭔가 속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급히 한국에 있는 초펠스님에게 전화를 했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더니 점심까지 먹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통화가 된다. 우리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초펠스님 하시는 말...

"그 사람들 사기꾼입니다. 다람살라까지 간다고 하면서 중간에 아무데나 내려주고 돈을 더 요구합니다. 스님, 빨리 그곳에서 나오세요. 돈은 아마 안돌려 줄겁니다. 돈을 못돌려 받아도 절대 나오셔야 합니다."

그러나...우리는 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니, 기차역에서 여기를 알려주던 사람, 오토릭샤까지 데려다준 사람까지 해서 모두 한 패였다. 갑자기 부아가 치민다. 안되는 영어로 따지기 시작했다. 다 필요없으니 우리 기차표를 돌려달라고. 그러나 여행사 측은 기차표는 이미 넘겨주었고 환불은 며칠뒤에 받으니 돌려줄수 없다고 하면서, 한수 더 떠서 버스표를 임의로 취소했으니 버스값도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스님께서는 어이가 없으신지 웃고 마시더니,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반야심경을 독송하신다.

그러자 놀랍게도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모여있던 패거리 중에 한사람이 날 살짝 부르더니, 한손으로 어떤 사람을 가르키면서 저 사람이 보스니 저 사람에게 말하라고 일러준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그 여행사 직원에게 추가로 받은 버스표값은 돌려주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결국 기차표는 날리고, 버스값만 겨우 받아가지고 나올 수 가 있었다.

다람살라로 가고 싶은 여행객들은 델리의 티벳마을로 가서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믿을만 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티벳탄 꼴로니를 가려면 '만주니까띨라'로 가자고 하면 된다.


4. 파탄콧에서 델리까지

다람살라에서 3시간 정도 택시를 타고 오면 파탄곳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기차를 타면 델리까지 12시간이 걸린다. 파탄콧역은 그리 복잡하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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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역의 아기소와 어미소)

한적하게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의 소울음 소리가 들렸다. 둘러보니 철길에 익숙하지 않은 아기소가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계속 철길을 따라 서성이는 것이다. 애가 탄 어미소는 플랫폼에서 아기소를 안전한 곳으로 끌어내기 위해 온갖 힘을 써본다.

당황한 아기소는 나가는 방향을 찾지못해 계속 서성이고, 어미소는 그 방향이 아니라고 계속 울어댄다. 이 안타까운 장면을 사람들은 어찌 돕지도 못하고 다들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아기소가 어미소의 마음을 읽고 기차가 들어오기 직전에 안전한 장소로 피했다.

기차역안의 소 울음소리... 참 인도다운 풍경이다.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은 꼭 기차여행을 해봤으면 한다. 그것도 하루가 넘는 긴 기차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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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 출발시각이 되면 직원이 나와 자리표가 적힌 종이를 풀로 붙여준다.
        문제가 있다면, 이 풀로 붙힌 종이는 몇 정거장이 지나면, 바람에 날려 없어진다는 것!
        더구나 기차는 심심하면 연착이 되니, 어떤 열차가 자신이 탈 열차인지 신중을 기해서
        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