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사 본관 1층 법당을 참배하는 모습,
신발을 신고 참배하게 되어있지만, 스님께선 바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셨다.
타이페이에서의 5일간 법회일정이 끝나고, 이틀 동안은 대만 성지순례를 했다.
첫째날은 조이스의 적극 추천으로, 대만의 중부 타이난에 있는 '중대선사'에 다녀왔다.
중대선사 본관 건물은 설계만 3년, 7년에 걸려 지은 대작불사로 그 규모면에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박물관과 목조박물관 또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애초 일정은 본관의 1층만 참배하고 박물관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본관 내부 다른 층의 법당이 정말로 장엄하다는 소문에, 다른 층도 참배할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원래는 미리 약속된 팀 외에는 당일 안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금새 허락이 떨어졌다.
조이스는 "스님은 정말 부처님과 통하시나봐요, 안내해준다고 조금만 기다리래요, 신기하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를 안내해준 중대선사 비구니 스님은, 윗층 법당들이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이라서 그런지,
딱딱하고 엄한 태도로 안내를 해주셨다.
대만 스님의 경직된 태도가 의아했었는데, 잠시 뒤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윗층 법당에서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그 근처에 있는 불교 초중고등 학교를 소개해주며서,
저 아이들은 급식도 채식으로 한다고 하시면서 덧붙이는 말씀...
"스님들은 채식하시나요?"
아, 그랬구나... 한국스님들이 대만 가서 고기를 먹어 악명을 떨친 모양이었다.
그래서 얼른 대꾸했다.
"당연하죠. 저희는 오신채는 물론 계란, 우유가 들은 빵과 과자도 안 먹습니다."
그러자 그 스님이 당장에 물어보았다.
"그럼, 고기 드시는 한국 스님들은 뭡니까?"
"그 스님들은 바른 수행자라 할 수 없겠죠."
순간, 얼굴이 밝아지신 스님... 그제서야 경계를 내려놓고 입가에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당혹스러운 일은 다른 곳에서도 겪은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분이 저 스님도 고기 드시냐고, 동행한 대만분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당당하게 "저 스님들 우유, 계란도 안드세요~"라고 대답하는 일행들에게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중대선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스님께서 사주신 염주를 들고 좋아하는 모습
본관을 둘러보고 나오시면서, 스님께서는 중대선사 입구에 적힌 글귀를 언급하며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본관 입구에 반야, 법신, 해탈이라고 쓰여있는데, 세 단어는 사실 같은 말이야.
반야가 법신이고, 법신이 해탈이거든. 하나가 빠진 것 같은데 아는 사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다들 함박 미소에 "자비...!!"라고 말한다.
큰 도량을 운영하느라, 다소 피곤해보이는 스님들을 보면서...
2년 전에 방문한 자제공덕회처럼, 어마어마한 불사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던 도량이었다.
둘째날은 타이페이 외곽에 있는 법고산 도량을 참배하기로 했다.
2년 전, 도예가 진선생님 작업실에서 스님께 질문을 드렸던 상연스님께서 직접 도량을 안내해주셨다.
현재 법고산에는 한국 스님들 몇 분이 공부하고 계시는데,
상연스님이 원활한 통역을 위해 한국인 스님 한 분을 수소문 하셔서,
덕분에 모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하루였다.
통역을 맡아주신 한국인 심공스님과 도량을 안내해 주신 법고산 상연스님
법고산 또한 중대선사처럼 선종도량이었지만, 그 일주문에는 뜻밖에 '관음도량'이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도량 곳곳은 관세음보살님으로 , 도량의 어른스님의 원력으로 장엄되어 있었다.
법고산 상연스님께선 선방부터 시작해서 도량 곳곳을 자세히 안내하면서 참배하게 해주셨다.
마침 선방에는 소임자 스님이 계셨는데, 7일 안거 바로 전날이라서 선방 구석구석을 잘 돌아볼 수 있었다.
선방 옆의 산책로에는 좌선을 할 수 있도록 넓은 돌들이 잘 놓여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관음전이었는데,
관음전 바깥현판은 '대비심기(大悲心起) '대비심이 일어난다',
안쪽 현판은 입류망소(入流忘所) '흐름에 들어가 대상경계를 잊다'라고 적혀있었다.
스님께선 현판을 보시더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셨다.
관음전에는 24시간 대비주가 흘러나오는데, 이 대비주로 장엄된 생수병은 누구나 가져갈 수 있게 되어있었고,
이 도량 스님들은 몸이 안 좋으면 꼭 이 자비수를 마시고 기도를 한다고 했다.
법고산 도량을 둘러본 뒤, 다함께 준홍 처사님이 근무하는 건축회사 커뮤니티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그동안 법회때문에 애썼던 대만 신도분들과 스님을 위해,
준홍처사님 부부와 회사 직원들이 정성스럽게 간단한 유기농 간식을 마련해놓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께서는 그 날 모인 분들을 위해 간절한 법문을 들려주셨다.
"법고산 선방에 가면, 미얀마에서 가져온 원석으로 조성한 하얀 부처님 모셔져 있어요.
그런데 그 부처님은 커다란 원석 하나로 조성한 것이라고 해요.
그 부처님은 조각가가 조성하거나 만든 것이 아닙니다.
성엄스님의 크나큰 원력으로 돌 속에 감추어져있던 부처가 드러난 것입니다.
조각가는 돌 속에 있는 부처님을 보고, 부처가 아닌 것만 제거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은 완전한 부처입니다. 이미 완전합니다.
이 위대한 가르침을 알려주기 위해 그 부처님을 모신 것입니다.
저는 그 뜻을 보았습니다. 어른스님의 그 거룩한 뜻을 불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부처님과 똑같이 우리도 군더더기만 떼어내면 됩니다.
깨달아서 부처가 되는 가르침은, 수행해서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 아닌 것만 없애면 됩니다.
조금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완전한 것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군더더기만 없애면 됩니다.
불필요한 것만 버리면 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위대한 선언입니다.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부처이기 때문에!
이미 자유롭기 때문에!
이미 무량무변하기 때문에!
이미 불생불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처 아닌 것과 동일시 하지 마세요.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착각을 하더라도, 빨리 원만구족한 자리로 돌아오세요.
머지않아 부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유혹이 따르겠지만,
화가 나거나, 힘들고, 피곤할 때도 있고,
우울하고, 절망하고, 슬플때도 있지만,
거룩하고 위대한 부처님 말씀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