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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대만에서 온 효혜, 효정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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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정, 천진, 현현, 효혜>

올해로 33살, 30살인 효혜,효정 자매는 대만에서 왔다.

한국에 오기전, 두 자매는 일본에 잠시 있었는데, 어느 유기농 농장에서 함께 일해주면서 그렇게 지냈다고 한다. 언니인 효혜 보살님이 먼저 한국에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큰 사찰을 많이 둘러 보았고, 일본에 남아서 자원봉사를 하던 동생도 언니를 따라 같이 한국에 오게 되었다.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화엄사 등의 큰 사찰을 둘러보고 조금씩 살아본 두 사람...
대만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작은 사찰을 둘러보고 싶고,
또 한국의 선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때마침,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어떤 스님의 말에...
그렇게...어느날 무작정, 이 곳 지리산에 찾아오게 되었다.

두 자매가 그러한 사정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는 말에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두 사람에게 선사를 만나면 그 사람이 선사인지 알아볼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효혜 보살님이, '잘은 모르겠지만, 겉모습은 아주 보통사람처럼 별 다른게 없어도, 마음이 아주 어린아이 같이 천진한 분이 선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마음을 볼 수 있냐'고 다시 물어보셨고,
두 자매는 스님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이렇게 시작한 질문과 대답은...
두 사람이 머무는 2박 3일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외국인도 피해갈 수 없는... 세 가지 질문이 두 자매에게 던져졌다.

1. 어떻게 하면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을까?
2. 어떻게 하면 영원히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3. 어떻게 하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정봉 스님께서는,
그 동안 채식을 실천하면서 불법에 귀의하여 선하게 살아온 두 자매를 위해...
깊이있는 법문을 베풀어 주셨다.
특히 스님께서는 돈오의 인지를 제대로 심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반야의 공성에 대한 법문을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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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공양을 올리는 동생 효정 보살님>


두 사람이 어떻게 수행해야할지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은 가슴에 담고 있던 질문을 스님께 드렸다.

효혜, 효정 보살님과 대만에 있는 여동생까지...이 세 자매는 마음에 고민이 있다고 한다.
세 사람 모두 불법에 귀의했고, 세상살이에 대한 별다른 애착도 없지만, 막상 스님이 되기는 어렵다고 한다. 대신 세 사람은 각자가 재주가 있는데, 첫째 언니는 음악, 둘째는 다도, 셋째는 꽃꽂이를 잘 하는데, 세 사람은 모두 결혼할 생각은 없고... 자신들이 가진 이 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불법에 귀의하게하고 싶은데...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정봉스님께서는 처음에 이렇게 법문을 해주셨다.

"여기 산이 하나 있는데, 맨 꼭대기 정상은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이예요.
모든 수행자들이 이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이 산 중간에는 아주 독특한 장소가 있어요.
이 곳은 너무나 경치가 좋고 아름다운 꽃들과 폭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오면    
더 이상 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만 주저앉게 되요.

이 장소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예술'이예요.
사실, 두 분이 모두 예술을 톻해 사람들을 불법으로 이끌고 싶다고 하지만...
정상에 가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이끌 수 가 없어요.
먼저 정상에 올라간 다음, 내려오는 길에 여기에 들려야해요.
그래야 이곳에서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주저앉지 않고 정상으로 올라가도록 해줄수가 있는거예요."

스님의 법문에,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러면, 저희는 지금 하는 일을 포기해야 합니까?"

그러자 스님께서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는데,
빠른 길을 원합니까, 더딘 길을 원합니까?"라고 물으셨다.

두 자매가
"빠른 길을 원합니다."라고 대답하자,

스님께서는...그저 웃으시면서 마지막날 법문을 다시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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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정보살님이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가지고 다니는 다구.
       법문을 들으려면,
       마음의 그릇이 깨끗해야 하고, 새지 않아야 하며, 거꾸로 놓이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날, 발우공양을 하기전에...
언니인 효혜 보살님은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칠현금'으로 스님께 음악공양을 올렸고,
동생인 효정 보살님은 10년 된 동정오룡차를 정성껏 다려 차공양을 올렸다.

스님께서는 효혜 보살님의 연주를 들어보시고, 악기를 잘 살펴보시더니,
다음과 같은 비유로 말씀해주셨다.

"여기 악기를 보면, 악기의 속은 텅 비어있어요.
우리 내면에도 이와 같은 악기가 있어서,
공성의 지혜로 자비의 소리를 낼 수가 있어요.
줄이 너무 느슨하거나 팽팽하면 좋은 소리가 나지 않듯이
효혜보살님도,
내면의 줄을 잘 조율해야 해요.
그리고
이 악기를 도구로 삼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위대한 작가는 결국에 붓을 꺾고, 위대한 화가는 허공이 결국 캔버스가 됩니다.
'소리없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결국 내면의 음악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연주하는 자가 되지 말고, 연주하는 자를 지켜보는 자로 철저히 남을 수 있으면
결국에는,
효혜 보살님 내면에서 본래로부터 연주되고 있는
찬란한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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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한 마음으로 칠현금을 연주하는 효혜보살님>

또한 다도를 통해 깨달음에 이르고 싶다는 동생 효정 보살님이
'차를 만들 때, 차와 내가 둘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수행에 도움이 됩니까?'라고
스님께 질문을 드렸다.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또 다시 비유로서 설명해주셨다.
"머리와 몸통이 본래 둘이 아닌데, 애써 머리와 몸통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이것을 어떻게 이을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어리석다고 하지 않겠어요?
효정 보살님이 지수화풍 사대로 만들어진 몸만이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차따로 자신 따로라고 여기는 거예요.
사실은, 본래 차와 보살님이 하나입니다. 우리의 착각으로 인해 둘이라고 여기는 것이지, 이 모두가 본래 하나예요. 보살님이 차를 다릴 때마다, 본래로 둘이 아님을 놓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다선(茶禪)입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예술적인 사람들이 비록 세상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고 많은 가능성들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해서 깨달음으로 향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면서...
예술가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끌어올리려면,
반드시 계율을 잘 지녀야 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하셨다.

두 사람은...스님의 법문을 통해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풀어진 뒤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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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아하게 정성껏 뽑은 오룡차>


두 사람이 환희심으로 대만에 돌아간 뒤,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말씀을 이으셨다.
"간절하게 물으면, 꼭 얻어가는 것이 있다.
두 사람이 ... 채식을 하면서 착하게 살고...
평생을 불법에 귀의하겠다고 원을 세운 인으로 좋은 만남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대만에 돌아가면, 절에서 살면서 불법에 헌신하고 싶다는 효정과 효혜.
어느 곳에 살던지,
본래로 늘 행복하고, 문제없는 그 마음을 잘 사용하여,
스님의 가르침대로 놓치지 않고 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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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관을 떠나면서...짐들이 무척이나 무거웠지만 마음은 홀가분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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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몰래 남기고 간, 감사의 그림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