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관 입구의 금잔화 돌길>
지금 수행관 길목에는 금잔화가 만발이다.
정봉스님께서 하나하나 직접 놓으신 돌길 주위로 나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늘 그러하듯 여름이 되면,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하루정도 편안하게 쉬면서 불법에 대해 올바른 인을 심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는데, 올해는 좀 더 안락한 공간이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근처 초등학교에서 쓰다 버린 조그만 의자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모기에게 물려가면서 공양을 했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편안하게 발우공양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편안하게 쉴 공간이 생겼기에...찾아오는 분들에게는 예외없이 늘 숙제가 주어진다. ^^
사람에 따라, 삼귀의계를 수계하기도 하고, 108참회를 하기도 하고, 만다라 색칠수행을 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바로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사유하고 답하는 것이다.
세 가지 질문이란 바로,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 이다.
죽음과 고통, 그리고 행복의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고 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남들이 사는대로 따라 살면서,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져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하면 죽음과 고통을 벗어나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지!
그 길을 아주 분명하게 제시해주셨다.
우리가 절에 다니면서 불자로서 신행생활을 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사유하지 않고, 수행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행생활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해진다.
<만다라 색칠을 하는 동성이>
<범수가 그린 부처님 모습>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은
만다라 등의 색칠수행을 통해서 내면을 정화하는 수행을 하기도 한다.
정봉스님께서는 색깔과 소리를 통해, 내면의 업보들을 드러내어 정화하는 방편들을 많이 쓰시는데, 정말 놀랍게도 한 장의 그림 속에는 한 사람의 내면이 그대로 뭍어날 때가 많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과 내면의 에너지가 풍부한 사람의 모습이 달리 표현되고,
또 내면이 많이 정화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모습들이 다르게 표현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행들을 통해서 무의식에 감추어져 있던 내면의 에너지들이 일깨워져서 정화되고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개성대로 그린 색칠수행>
만다라 색칠수행은 많은 집중과 세밀함을 요하는 수행이기에, 그 사람이 얼마나 깨어있는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쓰는 색깔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기도 한다.
<만다라 색칠수행, 같은 그림이 다르게 표현된다>
여름방학이라 이곳을 부쩍 잘 찾아오는 화개골 꼬마 부처님들...
색칠수행과 노래 등을 통해, 점차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들뜨던 마음들이 조금씩 차분해지기도 하도,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조금씩 배워가기도 한다.
양념통닭이 먹고 싶어서 눈물을 글썽이던 범수가 어느새 콩고기가 좋다고 하고...
여름만 되면 낚시를 하던 동성이가 잡은 고기는 반드시 놓아준다고 하고...
예지는 손을 쓰지 않고 결가부좌를 할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나가듯,
생명을 소중히 여기면서,
선한 것은 힘써 실천해 나아가고,
바르지 못한 것은 짓지 아니하면...
이 세상이 혼탁하지 않을텐데...
부처님께서 전해주신 죽음과 고통을 벗어나고,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선하고 바르게 사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마음이 세상의 욕심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타인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베풀면서, 착하고 바른 마음으로 살게 되면...
그렇게 선하게 살아온 공덕으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