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야기 /2014년 | Posted by 보리심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15.06.12 17:38

진정한 자비는 피곤하지 않다

대만 세 자매가 예전에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 청소년 모임에서 활동했을 때, 알게 된 노부부가 있다.

이 분들은 자제공덕회 초창기 때부터 활동을 해왔던 분들로

미국에서 살다가 이제는 자제공덕회 본사가 있는 화련에 살고 계신다.

스님께 들은 법문을, 세 자매가  이 노부부에게도 들려 드렸었는데 예전부터 스님을 한 번 친견하고 싶어하셨다.

이번에 스님께서 대만에 오셨다는 소식에 노부부도 스님을 꼭 친견하고 싶어하셨지만,

수술 후에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타이페이로 올라오지 못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자매가 조심스럽게 화련으로 내려가주실 수 있는지 스님께 여쭤보자, 스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셨다.

 

                                              <타이페이 기차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화련 기차역에 내리니,

자제공덕회에서 일하고 있는 세 자매의 친구 慧芝보살님과 룸메이트 Sameireng 보살님이 마중을 나왔다.

혜지 보살님도 스님을 꼭 친견하고 법문을 듣고 싶어했기에, 그날 아예 하루 휴가를 내고 나왔다고 했다.

혜지 보살님과 션머런 보살님은 오랜 기간 불교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큰 일을 많이 치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1박 2일 동안 정말로 철저히 준비를 한 뒤 손님을 맞아,

가는 곳마다 그 세심한 배려심으로 매번 우리를 감탄케 했다.

점심을 먹을 식당도 유기농 채식카레를 파는 곳으로 예약해두고,

점심이후 가게 된 화련계곡과 사찰도 미리 하루 전에 다 둘러보고,

잠시 쉬어야 할 곳, 해우소 등을 고려해서 이동루트를 미리 다 짜두었던 것이다.

또 화련 계곡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 중간지점에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곳도 배려해주었고,

마지막 숙소까지 술, 담배, 고기가 금지된 채식 숙소로 유기농 채식아침이 나오는 곳을 예약해두었다.

혜지 보살님 덕에 정말로 아무 문제 없이 환희롭게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화련의 유기농 카레 식당, 맨 앞 왼쪽이 혜지 보살님>

 

 <점심 공양 후, 잠시 포행하면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혜지보살님, 션머런, 천진, 홍콩의 상림스님, 스승님, 현현스님, 효혜, 효유, 효정>

 

 

스님께선 이런 혜지 보살님의 깊은 배려심과 헌신의 마음을 높이 사시고,

1박 2일 동안 혜지 보살님과 룸 메이트를 위해 많은 법문과 방편을 베풀어주셨다.

사실, 혜지 보살님과 친구 보살님은 자제공덕회에서 젊은 시절부터 오랜 기간 업무를 보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황이었다.

예전에 대만에 큰 태풍이 와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때,

대만의 많은 불교단체와 사회단체들이 태풍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많이 지원해주고 도움을 준 일이 있었다.

혜지보살님과 션머런 보살님은 그때 자제공덕회에서 끝까지 실무을 맡아 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불교단체들이 새 집을 지어주고 여러가지 지원을 해주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만족스러워 하지않고,

'다른 단체에서는 TV도 줬다는데, 우린 왜 안줘요?'라며 더 요구하기만 했다고 한다.

그 당시 혜지 보살님과 친구 보살님은 밤잠을 설치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힘들게 일했는데...

막상 자신의 마음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겪어보면서,  '도와준다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내려갔을 때, 친구 보살님은 갑상선 암이 걸려 자원봉사를 그만 둔 상태였고,

혜지 보살님도 잠시 사무일을 쉬고 유기농 농사를 짓다가,

최근에 다시 사무일을 시작하여 밤 늦도록 일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자제공덕회가 있는 화련은 언뜻보기에 지구상에 세워진 정토와 같았다.

불교사찰, 불교 대학, 불교 병원, 불교 공장, 불교 농장...

모든 사람들이 각기 유니폼을 입고 매일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채식와 환경보호를 실천하면서, 다른 어려운 이들을 지원해주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이 정토가 실제 불국정토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그 안에서 핵심적으로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와 비구니 스님들은

과도한 노동으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떤 단체이든 규모가 커지면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규모가 커진 만큼, 자본이 더 필요하게 되고,

큰 돈을 내는 시주자들, 소위 VIP 신도들이 핵심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진다.

이렇게 되면, 실제 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스님을 직접 친견하거나 직접 법문을 듣는 일은 차츰 어려워지게 되고,

큰 스님은 어느새 VIP 에 둘러싸여 '만나기 어려운 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께선... 혜지 보살님이 태풍을 겪으면서 고민했었던, '진정한 자비는 무엇일까'에 대해... 

이해하기 쉽도록 많은 방편을 베풀어 주셨다.

 

 

 

                              <화련 상덕사의 일주문 모습>

 

 

우리 일행은 혜지 보살님의 안내로 화련 계곡을 둘러보고, 계곡에 있는 '상덕사'로 참배를 가게 되었다.

상덕사 일주문에는 양 옆으로 '해탈문'과 '불이문'이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모두 불이문을 통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일행 모두에게 상덕사에서 구입한 염주를 하나하나 끼워주시면서 '해탈문'을 통해 나가도록 하셨다.

 

화련 계곡을 돌아보며 숙소까지 돌아오는 사이, 쉬는 곳 마다 스님께서 셔머런 보살님께 노래를 시키셨다.

원주민 출신인 셔머런 보살님은 마음이 너무나 순수하고 정말 좋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보살님 얼마전 갑상선 수술로 인해 전보다는 목소리가 안 좋다고 부끄러워 했지만,

조상들이 부르던 아름다운 노래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셔머런 보살님의 노래로 동행했던 혜지 보살님과 세 자매는

예전 같이 불교캠프를 하던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스님께 왜 자꾸 노래를 시키시는지 살짝 여쭈어보자,

"그때 순수했던 소녀의 마음을 되살려주고 싶어서 그래..."라고 대답하셨다.

 

 

 

                             <잠시 쉬어가던 곳에서 차 한잔... 뜨거운 물과 다구를 모두 준비해왔다>

 

 

그날 일정을 다 마치고 나서 비록 저녁 늦게 숙소에 도착했지만,

숙소가 너무나 청결하고 단정해서 하루를 편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숙소는 일관도 신도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숙소 전체가 술과 담배, 고기가 금지되어 있고, 아주 청결하게 관리되는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이 숙소 텃밭에서 따온 유기농 채소로 만든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아침 공양 후 자제공덕회의 법당과 공장 등 도량을 둘러보고,

노부부와 미리 법문 약속이 되어있는 자제공덕회 대학교 안에 있는 다실로 향했다.

 

 

 

       <처사님과 상림 스님은 다리가 불편한 관계로 스님께 양해를 구하고 낮은 의자에 앉아 법문을 들으셨다>

 

 

자제공덕회 다실에서 만난 노부부와 혜지보살, 친구보살님 등을 위해

스님께선 모든 불법수행은 지혜와 자비가 두 양날개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법문을 해주셨다.

 

"자비심도 중요하지만, 깨달음을 얻고 난 후의 자비가 진정한 자비입니다.

모든 부처님을 깨닫게 해준 스승님은 바로 문수보살입니다.

문수보살님이 만 부처님의 스승님입니다.

문수보살님을 알기 전의 자비행은 가짜입니다.

어제 우리는 상덕사에 갔었는데, 오늘 오신 분들도 가보셨나요?  여러분은 두 문 중에 어디로 들어가셨는지요?

우리가 불이(不二)문으로 들어갈 때는 문수의 지혜를 자각하고 들어가야함을 의미합니다.

불이문을 통과해서 뒤를 돌아보면 "반야"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반야의 지혜가 바로 문수의 지혜입니다.

이 문을 통과해서 처음 만나게 된 분은 바로 미륵불입니다. 

우리가 미래의 부처, 바로 미륵보살입니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전에 처음 얻어야 하는 것이 바로 문수의 지혜입니다.

물론 대만분들처럼 자비행을 잘 실천하는 분들도 없겠지만...무엇이 빠져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문수의 지혜, 반야의 지혜, 불이의 지혜, 공성의 지혜!

불이를 알지 못하고는 미륵보살이 될 수 없습니다.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얻어 영원한 자유와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자비보다는 먼저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불이(不二)란 무엇입니까?

현상계가 가짜고 거짓이다, 존재하는 모든 현상계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실재 상황이라고 인정해서는 안됩니다. 

단 한순간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텅텅 비어서 나라는 실체는 없는 것으로 알아야 합니다.

영원히 존재하는 어떤 것이 있다고 인정하지 마세요.

텅텅 비어서 걸림없는 공성에 대한 자각을 가지세요.

완전한 비어있음의 자각! 이는 완전한 자비로 발현됩니다.

'나'라는 개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자비도 진정한 자비가 아닙니다.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을지언정 그것은 꿈일 뿐입니다.

진정한 문수의 지혜가 발현되고 난 후의 진정한 자비의 발현...어제 우리가 그것을 상덕사에서 보았습니다.

둘이 아닌 전체의 비어있음의 자기를 발견하지 않고는, 미륵 보살을 친견할 수 없습니다.

 

여기 자제공덕회의 모든 분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갖추고 있지만, 맨 처음의 불이의 지혜가 빠졌습니다.

한국의 전통사찰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반드시 좌우보처는 문수, 보현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이어온 전통사찰은 반드시 좌우보처가 문수, 보현입니다.

왜냐면 불보살님의 형상을 통해,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문수와 보현이 양날개가 되지 않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반야의 지혜와 자비의 방편을 갖추어야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가 깨달음을 통해서,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얻으려면,

제일 먼저 텅텅 비어서 걸림 없는 공성의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어떤 자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불이입니다. 전제적인 나...불이의 나...

그 마음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어야 미륵보살이 됩니다.

그때의 자비행은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과 같습니다.

아무리 많은 자비를 실천하고 행해도, 여러분들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얻지 못합니다.

자기를 찾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된 자기는 이렇게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자기는 모양과 형상이 없습니다.

완전한 공, 어디에도 걸릴 수 없고, 어떤 것으로도 드러낼 수 없고 증명할 수 없는 전체적 나,

'불이의 나'가 자기입니다.

진정한 자비는 어떤 노력도 필요없습니다.

어떠한 노력도 필요없는 진정한 자비, 영원히 멸하지 않는 진정한 자비와 사랑을 알기 바랍니다."

 

 

<자제공덕회의 법당> 

 

<강당에는 전통적인 부처님의 형상대신 도량의 큰스님을 닮은 형상이 모셔져 있다>

 

  <도량 둘레에 있는 나무>

 

사실, 자제공덕회는 법당에는 문수보살님이 모셔져 있지 않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좌우보처로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이 계신다.

스님께서 직감으로 파악하신 문제점을 상세히 법문해주시자,

노 처사님은 오히려 자제공덕회가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자랑하시면서, 끝까지 수긍하기 어려워하셨다.

그러자 스님께선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인도에 가면 나란다 대학터가 있습니다.

그곳은 아직 채 발굴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지금도 그 끝을 볼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전세계 수많은 석학들이 모여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깨달음을 통해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얻으려면, 멸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세요.

대만에 와서 너무나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 기쁩니다. 모든 분들이 금강경을 알고 계시죠..

제가 지금까지 금강경 사구게를  이야기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문수보살님의 가르침, 지혜의 가르침입니다.

자기를 꿈과 같이 봐야, 허망한 이 세계에 대한 앎이 생깁니다. 집착이 없어지고 지혜가 생깁니다.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지만 개아(個我)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지만 영혼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개아나 영혼을 인정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하는 상(相)은 고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비의 상은 참으로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완전한 자비가 완전한 비어있음으로 회향되길 바랍니다.

완전한 비어있음 속에 자비 종자를 키우시길 바랍니다.

완전한 비어있음 속의 자비가 아니라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공덕 중에 최고의 공덕은 완전한 비어있음의 공덕입니다."

 

 

                                 <법회가 끝나고 찍은 사진, 자제공덕회 비구니 스님도 함께 하셨다>

 

 

화련 법회가 끝난 뒤, 타이페이 Wulai 집에 돌아와 있을 때, 혜지보살님에게서 세 자매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들도 휴가를 내서 타이페이로 올라와 하루, 이틀 지낼 수 있냐고...

하지만 남는 방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과 한 방을 쓰면 서로가 힘들 것 같다고 효혜가 스님께 말씀드렸다.

스님께선 우리가 화련에 갔을 때, 그렇게 정성을 다해주었는데 그 사람들을 거절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Wulai 지역이 온천으로 유명하니 제일 좋은 온천숙소를 두 사람을 위해 잡아주라고 하시면서

대만 신도분들이 올리신 공양금으로 방값을 계약하라고 하셨다.

 

혜지보살님은 올라오는 날 새벽까지 업무을 처리하고, 그 늦은 시간에도 스님께 공양올릴 팥죽을 쑤어왔다.

스님께선, 정말로 맘 편히 쉬어본 적 없는 두 보살님께, 호텔에서 정말로 오랜만에 푹 쉬어 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다음 날, 진선생님 작업실에 함께 가서 법문을 들었던 혜지보살님은 법문 끝에 스님께 울면서 말씀드렸다.

"사실, 그동안 버텨왔던 힘이 모두 다 사라진 것 같습니다."

 

스님께선 혜지보살님을 위로해 주시면서 법문을 해주시고, 두 사람에게 봉투를 내미셨다.

봉투 안에는 한국돈과 대만돈, 달러 등이 들어있었다.

두 사람을 한국으로 초대한다고 말하자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모두 다 기뻐했다.

많이 지쳐있었던 혜지보살님의 건강 문제가 걱정되셨던 스님께서,

방편으로 베풀어주신 은혜에... 모두들 감사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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