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야기 /2014년 | Posted by 보리심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15.06.18 18:25

대만의 채식, 준비된 사람들(台灣 素食)

대만은 전체 인구의 10%인 약 2백 50만명이 완전한 채식을 하고 있고,

고기는 먹지 않고 계란이나 유제품 등을 먹는 부분 채식주의자를 합치면 전체 인구의 30%가 채식주의다.

대만에는 약 6천개의 채식식당이 있고, 대형마트에서도 채식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만은 전세계적으로 식품의 채식표기를 가장 엄격하게 다루는 나라이기도 하다.

(무오신채 채식을 "소식(素食)이라고 하고, 모든 채식상품에는 "소식"인지 아닌지 표기되어 있다)

 

하루는 대만 세 자매가 아는 조그마한 유기농 가게와

그 가게에서 서민들을 위해 저렴하게 운영하는 유기농 채식 식당을 찾아가게 되었다. 

 

                                                                <유기농 가게 모습>

 

                                                         <유기농 채식양념을 고르는 모습>

<조그마한 유기농 소식식당>

 

                                                         <식당 내부 모습, 유기농 두유로 건배?>

 

대만에서 느낀 점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의 심성이 착하고 부드럽고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이 조그마한 유기농 매장에서 여러가지 양념을 고르다가, 주인에게 어떤 간장이 좋을지 물어보니,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인 보살님은 바로 몇 십미터 떨어진 자신의 식당으로 달려가 간장 종지와 숟가락을 들고 왔다.

그리고 조금씩 맛보게 해준 뒤, 마음에 든다고 하니 얼른 어떤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채식하는 사람들을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문화는 대만에 있는 동안 곳곳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하루는 울라이 숙소에 물통 탱크가 고장이 나서, 우리 스님들만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한 적이 있었다.

호텔 근처의 유기농 가게에 들러 아침공양으로 대신 할 과일이나 쥬스 등을 고르다가,

유기농 감자 스낵을 집어서 보려고 하는데...저쪽 카운터에서 여직원이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님! 스님! 스~님!!!"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뒤돌아 보니, 내가 잡은 감자 스낵에 마늘이 들어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다음 날 호텔에서 1박을 한 뒤, 점심 공양을 위해 채식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세 자매를 위해 유기농 매장에서 장을 보고, 여점원에게 근처의 소식 식당을 물어보니,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한 군데 있다"고...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매장내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점원의 어머니가

얼마 멀지 않으니 자신이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하셨다.

매장 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살푼 내리고 있었는데, 당신의 우산을 건네주고 모자까지 벗어서 씌워주시면서...

너무도 경쾌하게 앞장서 걸어가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길안내를 받고 보니, 생각보다 한 참을 걸어야 도착하는 거리였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거듭 인사를 드리니, 밝은 미소로 괜찮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어렵게 찾아간 천연 소식식당>

                                                                   

<식당 앞 메뉴간판> 

 

어렵게 찾아간 식당은 천연 소식식당이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었는지 염불테이프를 틀어 놓고, 향을 피워놓고... 바닥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우리가 들어가니 아주 반갑게 맞으시면서, 친절하게 주문을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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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오신채 채식국수>

 

주문 받는 쪽은 영어를 모르고, 우리는 중국어를 몰랐지만,

메뉴판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찍어가며 무난히 주문했다.

음식 맛은 굉장히 단백하고 좋았다.

식사 후 식사비를 계산하려는데, 스님께서 주인 보살님의 불심이 좋으니 잔돈은 받지말고 그냥 드리라고 하셨다.

스님의 분부대로 감사한 마음에 잔돈은 받지 않고 돌려드리니...

주인 보살님은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하시다가

식당 문을 나서는 스님께 빨간 봉투를 하나 공손하게 올리는 것이다.

얼떨결에 봉투를 받고 나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보살님이 스님께 올린 공양금이었다.

그것도...우리가 냈던 밥값보다도 더 많은 공양금...^^;

 

타이페이 시내에는 정말 무오신채 채식식당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기농 식당은 좀 드문 편이다.

언젠가 효혜와 함께 타이페이의 유기농 채식식당을 검색해본 일이 있었다.

효혜가 거리가 아주 멀거나 문을 닫은 곳이 많다고 난색을 표하는데,

구글 영어 검색에 나오는 한 식당이 있어 효혜에게 보여주니, 바로 이 근처라고 기뻐했다.

그래서 하루 날을 잡아서 지하철 신점역 유기농 매장에 장보러 가던 날...

버스를 타고 이 식당에 들려 점심 공양을 하기로 했다.

 

 

                                                           <바이오@피스 까페의 모습>

                                                                  <식당 내부의 모습>

                                                 

                                                           <주인 처사님과 함께>

            

바이오@피스 까페에 들어가니, 마침 주인 처사님이 있어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세 자매가 우리를 한국에서 온 스님들이라고 소개하니,

자신도 수원 삼성전자에서 일해 본 적이 있다고...더욱 반가워했다.

기름진 대만 음식에 비해, 이 곳의 음식은 주인처사님이 개발한 메뉴인데 모두 다 담백하고 맛이 좋았다.

효혜가 자신들은 이 근처에 살아도 여기를 몰랐는데, 스님들이 직접 검색해서 찾아온 것이라고 자랑을 했다.

식사가 끝나자 처사님이 직접 울라이 숙소까지 태워다주셨고,

스님께서 마침 때마침 오셨던 보살님에게 법문을 해주시는데, 통역까지 해주셨다.

 

잘나가던 전자회사의 직원이었던 처사님...

세계기후변화 회의에 대해 나온 신문기사를 읽고,

자신이 하는 일이 환경에 도움이 되지않고 오히려 해가 된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유기농 채식식당을 열어 채식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처사님의 친할머니는 시골에서 농사짓던 분이셨는데,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간암에 걸리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채식 뿐만 아니라, 유기농에도 관심을 갖게 된 처사님...

식당 근처에 농장도 하나 있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유기농 무오신채 채식식당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예전에 전주에 있는 무오신채 채식부페 식당에 갔을 때,

오신채가 들어있는 줄도 모르고 첫 접시에 두부찜을 덜어왔다가 한 입 베어물고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

두부 찜에 한번 속은 이후로, 그날은 모든 음식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 집어들어 몰래 냄새까지 맡아보는...

뼈아픈 불신의 추억(?)이 있다.

 

대만을 떠나기 전에, 세 자매와 함께 타이페이 시내에 있는 채식 부페 식당을 간 적이 있었다.

음식을 고르려고 하니 음식마다 제각각 초록색, 노란색,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효유에게 물어보니, 무오신채 완전 채식(비건)과 오신채 들어간 채식, 유제품 들어간 채식을 구별하는 것이란다.

은근슬쩍 속이는 한국 식당들에 비해, 정말로 서로가 배려해주고 신뢰할 수 있는...그  마음이 부러웠다.

 

대만의 채식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님께서 대만 법회를 하시는 동안 만나 본 신도분들도,

대부분 무오신채 채식을 하고, 집에서 늘 경전을 읽으시는 분들이었다.

간혹 채식을 하지 않는 분들도, 스님께서 무오신채 채식을 권하시면,

변명이나 거부 반응없이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법회 때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이번에 대만에 와서, 많이 놀랐습니다.

대만분들은 마음이 선하시고, 다들 채식도 잘하시고, 부처님 공부도 꾸준히 하시고...

진실되게 법문을 받아지닐 수 있는 준비가 되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늘 계율을 소중히 지키면서, 자원봉사 등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자비행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집에서 늘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는 이분들에게...

스님께선 최상의 법문을 베풀어주셨다.

 

스님의 가르침에 환희하며 따르는 대만분들을 보니...

우리가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준비되어 있어야만 함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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