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야기 /2014년 | Posted by 보리심 승가 홍서원 보리심의 새싹 2015.06.08 06:06

따뜻한 모자, 따뜻한 마음

 

대만에서 세자매는 소위 마당발이었다.

21일간 대만에 있는 동안, 세자매와 알고 지냈던 각계각층, 각 분야의 사람들이 스님을 뵈러왔다.

황처사님도 처음에는 호기심 반, 신심 반으로 친구따라 Wulai 별장으로 찾아왔다.

스님께선 처사님의 심성이 착함을 바로 보시고, 다음에 꼭  한 번 혼자서 찾아오라고 하셨다.

 

황처사님이 혼자서 다시 스님을 뵈러 왔을 때,

스님께선 다시 한번 '현상계가 실재하지 않음'에 대해 처사님과 그날 모인 대중들에게 법문을 해주셨다.

사실 황처사님은 심성이 무척이나 여리고 착하신 분인데,

문제는 결정적으로 불법의 인이 심어지지 않은 채

스스로 이러저러한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수행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두 번 째 법문에서 황 처사님이 여전히 남아있는 여러가지 세상의 미련 때문에,

마음 속에서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딛지 못하면서,

'이 세상은 배울 것이 많다. 헤매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자

스님께선 이런 법문을 해주셨다.

 

"아주 추운 겨울 날, 차에 치어서 다리는 절고, 굶어서 배는 고프고, 추위에 떨고 있는 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능력자가 그 개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아주 좋은 세계를 알고 있다. 그곳에 가면 배부르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나와 같이 갈래?'

그러자 개가 그러는 거예요.

'난 지금 이 세상이 좋아요. 좀 더 여기서 헤매고 싶어요.'"

 

스님 말씀이 끝나자 처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그 개와 같네요."

 

스님께선 처사님이 그 개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하시면서, 종이를 꺼내 가로로 줄을 그으셨다.

그리고 그 줄 위로 28이라고 적으시고, 줄 밑으로 다섯 개의 동그라미를 차곡차곡 쌓아 그리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이 줄 위에 있는 세계가 천상 세계예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좋은 세계죠."

 

처사님이 바로 물으셨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있나요?"

 

스님께선 줄 아래, 제일 아래쪽 동그라미 세 개를 가르치시면서 말씀하셨다.

 

"여기, 제일 아래쪽 세 가지의 세계가 바로 삼악도입니다.

 그리고 그 바로 위가 인간의 세계에요. 우리가 얼마나 수준 낮은 세계에 살고 있는 줄 아시겠나요?"

 

스님께선 법문을 이어가셨다.

 

"우리가 북쪽으로 가야하는데, 동쪽을 가면서 북쪽으로 가고 있다고 착각하면 큰 일 납니다.

우리가 지금 손가락 하나 잘려도 그 고통을 감당하지를 못하는데,

감히 어떻게 삼악도의 고통을 감당할 수가 있겠어요? 우리는 그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스님께선 '우리의 몸 자체가 고통이며, 부처님께서 해탈하신 이야기,

어떻게 하면 우리도 해탈할 수 있는가에 대해', 차근차근 법문을 해주셨다.

 

며칠 뒤, 황처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대만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고, 한국에 돌아가시면 많이 추우실텐데,

제가 털모자를 공양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예쁜 털모자를 종류별로 가득 사가지고 별장을 찾아오셨다.

쑥스러운 신 듯, 모자를 내미시는 처사님께 스님께선 하나 하나 써보시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셨다.

 

처사님은 가시기 전에, '제가 큰 스님을 한 번만 안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그 말씀을 스님께 전해드리자, 스님께선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그냥 안으면 재미없잖아. 우리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안아야 해."하시며

몇 걸음 떨어져서 서로 다가오면서 안아보자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제안하셨다.

 

결국 스님과 감격스런 포옹을 해본 처사님은 울음을 터트리셨고,

옆에서 이를 지켜보면서 조용히 사진을 찍던 준홍거사님이,

결국 "저도 한 번 안아주실 수 있으십니까?"라고 말해 주위를 웃음짓게 했다.

준홍 거사님 또한 스님과의 포옹 끝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 온화하고 부드럽고 여린 마음들이 부처님 인연 안에서 아름답게 꽃피어남을 볼 수 있음은...

우리에겐 잔잔하고도 벅찬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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