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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모과 나무에 피어난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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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량에 있는 모과 나무에 꽃이 피었다.  원래 모과꽃은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올해는 모과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어서, 달콤한 향기가 바람에 실려온다.

우리 마음에 모과꽃 향기가 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모과나무는...
정봉 스님께서 십 여년전에 모과씨를 심어서 자란 나무이기 때문이다.

스님께서는 도량을 가꾸실 때, 늘 씨앗을 잘 심으시는 편이다.
도시에 자란 나로서는, 어느 세월에 저 조그만 씨앗이 큰 나무가 될까...괜스런 조급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도량에서 지낸 지난 6년을 뒤돌아보면, 해마다 무성해지는 여름을 느끼면서 마음 한 편으로 경이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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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굴마당에 핀 모과꽃>


스님께서는, 당신의 향기를 맡고 찾아오는 분들에게도...
늘 그 가슴 가슴마다 불법의 씨앗을 심으신다.

많은 분들이 처음에는 환희로운 마음으로 그 씨앗을 받아가지만,
조금씩 인연의 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오랫동안 싹을 튀우지 못하는' 분들이나 '자랄듯 말듯 애태우는' 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분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들이 속상해하고 조급한 마음을 내서 걱정을 할 때마다,
스님께서는 늘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아들아, 걱정하지마라...무량수 무량광이니, 무량한 원력으로 살면 된다.
너희들은 몰라도, 나는 아주 먼 훗날까지 내다본다. 이번 생에 어려운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심은 불법의 씨앗은 다음 생, 다다음 생에라도 반드시 싹을 틔우게 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불법의 바른 인을 심어주는 것이다.
법화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일대사 인연으로 이 세상에 나셨다."라고 나와있다.
일대사 인연이 뭐냐?
"본래 생사가 없는" , 우리가 "본래 부처라는" 이 이야기를, 전해주러 오신 것이다.
바른 인만 심어주면, 우리가 할 일은 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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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체중생 발보리심, 생사해탈 이고득락!>
      일체 중생이 보리심을 발하고, 생사에서 해탈하고 모든 고통을 여의고 열반락을 얻기를!


초파일이 다가오니, 스님께서 연잎을 비비자고 하셨다.
인연이 닿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겨, '중생구제'의 큰 원을 발하라고...
법당 앞에는 큰 연등을 달아 우리의 원력을 다시 새기고,
조그만 컵등에는 인연닿는 사람들의 이름을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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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행관 법당의 모습>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연등을 만드는 시간은 그 자체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스님께서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신다.

"나는 속가때부터 돈받고 하는 일은 늘 하기가 싫었다.
그냥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도와주고 싶어서 하는 일은 정말 신나게 했다.
우리도 등값받고 연등 만들면, 정말 이거 못할거다.
내가 달아주고 싶어서, 축원해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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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불사중에 가장 뛰어난 불사는 "사람불사"이다.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귀한 법의 씨앗을 가슴에 심어서,
부처님과 같은 위대한 자비와 지혜를 꽃 피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자기 스스로 마음의 광명을 드러내어
세상을 이롭게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