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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지혜

죽음과 재탄생~ 준비된 죽음과 태교에 대하여

제목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2세를 계획하는 가족들은 죽음이면 죽음이고, 태교면 태교이지, 왜 둘을 함께 이야기 하느냐고...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과 재탄생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죽음과 재탄생은 순서가 반대일 뿐 똑같은 과정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나 겪게 되는 죽음, 그러나 늘 외면하게 되는 죽음...
과연 죽으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일단,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외적인 해체와 내적인 해체의 두 가지의 해체 과정을 겪게 된다.

외적인 해체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땅(살/뼈), 물(피/체액), 불(온기), 바람(호흡), 허공의 다섯 원소와 다섯 감각이 해체되는 것을 말하고, 내적인 해체란, 생각과 감정이 해체되는 것을 말한다.

죽음이 다가오면 우선, 오감의 작동이 멈춰지게 된다.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눈은 힘을 잃어가고, 냄새나 맛, 감촉 기능이 해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땅, 물, 불, 바람이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땅의 원소가 해체될 때, 육신은 힘을 잃기 시작하고 거대한 산이 압박해 누르는 느낌을 받으면서, 어떤 자세를 취해도 무겁고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 일어설 수도, 머리를 지탱할 수도 없게 되면서, 볼은 푹 꺼지고 우리 마음은 초조해져서 헛소리를 하게 되지만 곧 졸음에 빠지게 된다. (색온의 해체)

곧이어 물의 원소가 해체되는데, 이 때 몸 안의 체액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시작한다. 콧물이 새고, 눈에는 눈꼽이 끼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다. 혀는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입과 목은 끈적끈적하게 막히면서 아주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된다. 우리 마음은 몽롱해지고 좌절감을 느끼면서 조바심을 내고 신경질적으로 바뀌게 된다. (수온의 해체)

물의 원소 다음으로, 불의 원소가 해체된다. 이 때, 육신의 모든 온기가 발과 손에서부터 심장을 향해 새어나간다. 더 이상 아무것도 마실 수 없고 소화시킬 수도 없다. 우리 마음은 미혹과 명료함 사이에서 흔들거리면서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상온의 해체)

마지막으로는 불의 원소가 해체되는데, 이때에는 숨쉬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바람이 우리 목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듯하며, 짜증 나고 헐떡거리기 시작한다. 눈은 위를 향해 치켜뜨고 거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마음은 갈피를 못잡아 외부 세계를 의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각에 빠져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이때, 선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은 친구나 깨달은 분들을 만나는 환영 속에 평화를 느끼고, 악한 삶을 살아왔던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 걸려있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공포를 느끼고 비명을 지르게 된다. (행온의 해체)

그리고 돌연 숨이 멎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의사들은 사망을 선언하지만, 약 20분 정도의 시간을 걸쳐 내적 해체의 과정이 따라 일어나게 된다.

내적 해체 과정에서는 감정과 의식이 해체되는데, 이러한 죽음의 전개 과정은 임신의 과정과 역순의 과정이다.

이 때에는 우리의 삼독심마저 해체되면서 <완전한 성취>라고 불리는 어둠의 체험이 일어나게 된다. 평소에 이와 관련해서 수행을 했던 사람의 경우, 근원적 광명을 인지하면서 곧바로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대부분은 무의식 상태에서 혼절을 하게 된다.

또한 바로 그 다음 또 한번 깨달음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대부분 자신 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스스로의 마음의 현현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기에 이 역시 해탈에 실패하게 된다.

돌연 우리가 의식하게 되는 단계는 바로 이 다음 단계부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이 돌아오면서, 우리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습관의 종자가 다시 살아나기에 더더욱 깨달음을 얻기는 힘들어 지게 된다.

이 때에는 물질의 장애가 없는 영혼의 몸을 가지게 되는데, 살아 생전 보다 의식이 7배가 더 밝게 되어, 신통력을 갖추게 되고 마음먹은 대로 공간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7배로 의식이 밝아진다 하더라도 이를 좋게 쓸 수 있는 수행자가 아닌 이상, 분노나 두려움의 감정도 7배나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해체되었던 다섯가지 원소가 다시 생성되면서, 삼독심과 자신의 업력이 다시 생성되는데... 스스로의 몸이 단단한 것 처럼 느끼게 되고, 여전히 배고픔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의 업력에 따라 이리저리 생각을 일으켜 휩쓸려 다니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스스로가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에,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이미 가족들과는 소통될 수 없음에 상처입고 좌절하게 된다. 스스로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여 혼절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7일마다 모든 고통과 함께 죽음의 체험이 다시 반복되어 재차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러한 기간은 일반적으로 49일 동안 지속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절 집의 장례문화는 49일을 기본으로 한다. 이 기간 동안 천도제를 지내고 기도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깨달음을 얻은 분들이나 높은 경지의 수행자의 경우, 보통 3일 정도의 시간동안 명상상태에 머물다가 이러한 해체 과정을 겪게 된다고 한다.(보통 3일장을 해야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티벳에서는 죽은 사람이 깨달은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에, 죽은 뒤 적어도 3일 동안은 그대로 손을 대지 않고 놓아두는 관습이 있다.

조계종 10대 종정이셨던 혜암스님께서 열반하셨을 때, 정봉스님께 연락이 왔었다. 스님께서 서둘러 해인사로 가서 혜암스님 마지막 모습을 잠시 뵐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스님께서 뵈었던 마지막 모습은 참으로 생시보다도 더욱 생기있는 모습이었고, 온 몸이 황금색으로 빛났을 뿐만 아니라, 방안은 온통 황금의 서광으로 가득했다고 한다.(뒷날 다비 뒤에는 유일하게 황금사리가 나오셨다)

일반적으로 집안에서 누군가 돌아가시게 되면, 꼭 유념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가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과 재탄생의 과정을 지낼 수 있도록 가족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가시는 분을 붙들고 통곡을 한다거나 흔들고 소리지르는 행위는 더욱 괴로움만을 더해줄 뿐이다. 절대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몸을 만진다거나 애착심을 놓기 힘들게 하는 행위는 삼가해야 한다.
오히려 조용하게 경전을 읽어주고, 염불을 해드리면서,
가시는 분들을 위해 보시를 베풀고 방생하는 일이 그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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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대부분 49일 기간 동안 새로운 인연처에, 자신의 업력에 따라 다시 몸을 받게 된다. 한 쌍의 남녀가 사랑을 나눌 때, 한 무리의 존재들이 모여들어 다시 태어나기를 갈구하는데, 그 중 가장 인연이 닿는 존재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결합되는 순간 그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우리의 사랑으로 낳은,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가"라고 생각하지만...
그 아가는 얼마 전에 죽음의 무시무시한 고통을 겪었을 뿐더러 자신의 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임신 이후의 태교보다는 임신 이전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는 순간 그곳에 들어오는 존재는, 부모의 의식수준과 업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임신하기 전에 부모될 사람 스스로가 바른 지견,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와 자식은 모두 인연의 고리에 의해 만나기에, 부모들이 악업을 정화하고 선행을 베풀어서 자신의 의식 수준을 높이게 되면, 악연으로 만나는 인연보다는 선연으로 만나는 부모, 자식의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임신한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비록 임신 전에 수행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임신 기간 동안에 지극하게 기도를 하고, 계를 청정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운명을 바꾸어가는 것이 결국 각자수행의 힘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오실 때, 수승한 인연을 찾아서 마야부인의 몸을 선택하셨듯이, 결혼한 부부들이 임신하기 전에, 수승한 존재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이 세상을 이롭게 할 훌륭한 자식들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 애먹이지 않고, 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늘 행복할 수 있는 아이를 원한다면...^^
다음의 사항을 실천해 보기 바란다.

1. 임신기간에 앞서, 부부가 모두 삼보에 귀의하고, 참회기도를 하며, 계를 지킨다.
2. 모든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살생을 금하고 방생을 한다.
  (채식은 가장 좋은 방생이다.^^임신이나 출산을 기념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동물들을 잡아서 상을 차리고, 또 보신용으로 해먹는 것은 참 어리석은 행동이다 )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 모든 이들은...
살아 생전에 꼭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하길 바란다.
그냥 어영부영 대충 수행한다면...해탈의 기회가 주어지는 소중한 중음의 시간동안,
해탈은 커녕, 업력에 의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테니까...

만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행운을 바라는 수행자가 있다면,
자신의 꿈으로 스스로의 수행을 점검해 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잠에 드는 순간과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똑같은 과정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잠에서 무의식에 빠지지 않고, 찰나에 주어지는 해탈의 기회를 인식할 수 있는가?
아니면, 꿈을 꾸게 되었을 때, 스스로가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선한 방향으로 꿈을 바꾸어나갈 힘이 있는가?

두 가지 질문에 다 자신이 없다면,
요행은 바라지 말고, 철저하게 수행을 해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